여성은 목사 되면 안 되나…여성 인재 떠나는 합동교단

입력 2022-06-21 15:53 수정 2022-06-22 07:25
한 여성이 석양 속에서 기도하고 있다. 픽사베이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총회장 배광식 목사)에서 여성 인재들이 대거 이탈하고 있다. 예장합동이 여성의 목사 안수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A(61)씨는 총신신대원에서 공부하고 26년간 예장합동 교회에서 전도사로 사역하다 2019년 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연합회(KAICOM)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그는 21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복음을 마음껏 전하고 싶어서 다른 교단에서 안수를 받았다”고 했다.

A씨는 경기도 성남 한 교회를 거쳐 서울 양천구 대형교회에서 10년 넘게 전도사로 사역했다. 그는 “평생 교회에서 담임목사나 부목사의 보조자로만 역할이 제한되는 현실이 늘 힘들고 안타까웠다”며 “지금은 목사 자격으로 자유롭게 말씀을 전하고 사역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A씨는 현재 수도권 한 교회에서 담임목사가 되는 조건으로 목회를 하고 있다.

총신신대원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박사과정을 수료한 B씨(51)도 2019년 다른 교단에서 안수를 받았다. 그는 “여성 교우들이 목사인 남성보다는 전도사인 여성에게 더 상담 의뢰를 많이 하는 것을 보면서 여성 목회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내가 속한 예장합동 교단은 안수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교단을 탈퇴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은 다른 교단 소속으로 사역한다”고 했다.

여성 졸업생에게 현재 직분을 물을 설문조사 결과. 총신신대원여동문회 자료.

이런 현실은 총신신대원여동문회(회장 김희정 전도사)가 총신신대원을 졸업한 여성 2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최근 발표한 설문조사에도 나타난다. 지금까지 여성 졸업생은 1700여명이다. 설문에 참여한 여성에게 현재 직분을 묻는 문항에서 목사(17.8%, 40명)와 강도사(0.4%, 1명)라는 응답은 18.2%였다(원 그래프 참조). 목사와 강도사는 모두 다른 교단 소속이다.

예장합동은 여성에게 목사 고시에 응시할 기회를 주지 않고 목사 안수를 주지 않기 때문에 목사 고시 응시 후 되는 강도사나 목사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5명 중 1명 꼴이 교단을 탈퇴한 것이다. 현재 직분은 전도사 비율이 50.4%(113명)으로 가장 많았다. 사모와 선교사 비율은 각각 19.6%(44명)와 5.8%(13명)였다.

총신신대원 출신 여성들은 주로 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연합회(이하 카이캄)에서 목사안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목사와 강도사 41명 중 절반이 넘는 23명이 카이캄에서 목사안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예장합동개혁과 예장백석 각각 5명이 목사안수를 받았다. 총신신대원 여성 83.0%가 신학 전공을 살려 교회나 기독교 기관에서 사역 중이었다.

응답자 71.8%(161명)가 여성의 목사안수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여성의 목사안수가 필요하지 않다고 답변한 여동문은 2.6%(6명)에 불과했다. 무응답은 25.4%(57명)였다.예장합동 여성사역자지위향상및사역개발위원회 위원장 김종운 목사는 “여성 사역자들의 요구 사항을 확인하고 제107회 총회에 여성 강도권 허용과 여성사역자 관련 위원회 상설화를 청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