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자문위 “경찰국 신설”… 경찰·시민단체 일제히 반발

입력 2022-06-21 13:16
이상민(왼쪽)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9일 서울경찰청을 방문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가칭)을 신설하는 등 강도 높은 경찰 통제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 1990년 정부조직법상 행안부 장관 사무에서 ‘치안 사무’가 삭제되고 경찰청법 제정으로 경찰이 행안부로부터 독립하게 된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돼 논란이 예상된다.

행안부 장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경찰의 민주적 관리·운영과 효율성 제고를 위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자문위 권고안에 따르면 행정안전부 내 경찰 관련 지원조직 신설,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 규칙 제정, 경찰 고위직 후보 인사추천위원회 설치, 감찰 및 징계 제도 개선 등 경찰 관리 강화 방안 등이 담겼다.

행안부 장관의 경찰 사무를 지원할 경찰국(가칭)을 신설하고,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장을 지휘할 근거를 구체적으로 만든 점에서 경찰 조직과 시민단체의 비판이 제기된다.

또 위원회는 대통령 소속 경찰제도발전위원회를 설치할 것도 건의했다. 대통령 소속 경찰제도발전위를 통해 정부조직법상 행안부 장관 사무에 경찰 관련 사항을 명확히 하는 등 장기적 과제를 추가로 논의하자는 제안이다. 사실상 장관 사무에서 삭제된 ‘치안 사무’를 부활시키자는 내용이다. 자문위는 거센 반발이 예상되자 대통령 소속 위원회에서 논의를 이어가는 방향으로 정리했다.

이와 함께 경찰 역량 강화를 위해 인력 확충과 처우개선 등 수사 인프라 확충 방안도 포함됐다. 자문위는 “검찰청법 개정과 국가정보원법 개정 등에 따라 경찰 수사권의 법적 성격과 범위가 근본적으로 변화했다”며 “경찰의 민주적 관리 운영과 효율적 업무 수행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모색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경찰 내부와 시민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적 통제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그 주체가 행안부가 되면 민주적 통제가 아니라 정치 권력의 개입이 된다는 지적이다. 경찰개혁네트워크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자문위 안은 비대해진 경찰을 고스란히 행안부 장관이 직할하게 만드는 방안”이라며 “경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하게 하며 나아가 경찰을 정치 권력에 종속시킬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자문위 논의 결과는 정부조직의 중대한 변경이고 경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행안부가 정부조직법 개정을 회피해 대부분의 권고사항을 시행령 개정으로 처리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조직법상 삭제된 치안 사무를 그대로 둔 채, 일단 행안부령을 통해 장관이 경찰 관련 사무를 관리·감독한다는데 지적이 크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정부조직법상 ‘치안 사무’가 1990년 삭제됐는데, 행안부가 시행령을 통해 우회적으로 치안 사무에 개입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경찰청도 지휘부 긴급 화상회의를 소집해 관련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앞서 김창룡 경찰청장은 “정치적 중립과 민주적 통제는 경찰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다. 치열한 고민과 논증 끝에 현행 경찰법이 탄생했다”며 “자문위 주장은 경찰법 연혁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