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실종되고 발견되기까지 30여 시간이 있었고, 첩보를 통해 살아있다는 걸 알고 있었던 시간도 길었다. 그 시간에 국가는 무엇을 했는지… 대한민국에서 사람이 실종돼 구조 중이니 발견되면 인계해 달라는 한 마디만 했어도, 북한에서는 그렇게 함부로 사람을 죽이지 못했을 것이다.”
서해 피격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의 배우자 권모씨는 20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피격 사건의 본류는 당시 정부가 남편을 구할 수 있는 여건이었는지 여부라고 거듭 강조했다.
권씨는 2020년 9월 사건 발생 직후 이씨의 ‘자진 월북’ 가능성을 언급한 전 정부의 발표가 최근 뒤집힌 이면에는 결국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강조했다. 야당 측이 이날 ‘당시 사건의 핵심은 월북 여부가 아닌 우리 국민이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사실 자체’라는 입장을 발표하자 권씨는 “2년 전에는 월북이 핵심이라더니 왜 이제 와서 바뀌느냐”고 반박했다.
유족 측은 전 정부가 남편이 월북 의사가 있었다는 결론을 너무 성급하게 내렸다고 주장한다. 권씨는 특히 남편이 월북자로 취급된 근거가 북한 내부의 대화라는 점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당시 군은 이씨가 월북 의사를 전달했다는 내용을 북한군 감청을 통해 알게 됐다. 권씨는 “역정보를 흘리거나 사람이 해역에 넘어오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잘못을 숨기기 위해 월북으로 둔갑시킬 수도 있다고 하는데, 그런 부분들을 감안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감청 파일을 유족과 사건 관계자들이 입회해 들어봐야 한다는 게 유족 측의 입장이라고 했다. 권씨는 “그 상황에서 남편이 살기 위한 발버둥이었는지, 정말 월북 의사가 있었는지 그걸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국방위원회의 비공개 회의록을 공개할 수 있다는 야당의 의사에 대해선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도 했다.
유족이 22일 김종호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등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이 사안은 결국 수사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권씨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선 “국민이 위기에 닥쳤을 때 구제에 실패할 순 있다. 그런데 전 대통령은 결국 그의 부하 직원 중 한 명이었던 남편의 죽음을 이제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비극적 사건의 이유에 ‘월북’이라는 딱지가 붙은 동안 유족은 여러 고초를 겪었다고 한다. 권씨와 아들과 집에서 은둔 생활을 하다시피 해야 했고, 고등학생이던 아들은 사건 이후 군인의 꿈을 포기했다고 한다. 권씨는 “언제 진실이 밝혀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컸다. 남편도, 저도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었는데 당시 정부는 우리의 편이 아니었다”고 그동안의 심경을 전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