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당시 승선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 남겨둔 방수복 사진이 유족들에 의해 20일 공개됐다.
유족 측 김기윤 변호사는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진술서를 보니까 주목할 점은 진술한 사람들이 ‘월북하려면 방수복을 입어야 한다’고 들었는데, 돌아가신 분의 방에 가봤더니 방수복이 그대로 있고, ‘현재 바다에 빠지면 3시간 내에 저체온증으로 사망한다’는 말도 돌아가신 분께서 했다”며 “바닷물에 빠지면 3시간 만에 저체온증으로 죽는 걸 아는 사람이 방수복을 안 입고 월북했다는 게 성립이 안 된다고 동료들이 전부 진술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2020년 9월 이씨가 사망한 후, 해양경찰은 수사 중간결과를 발표하며 이씨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그러나 해경과 국방부는 최근 문재인정부 시절 결론과 달리 “월북 의도를 인정할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판단을 뒤집었다.
국민의힘은 이 사건을 문재인정부의 ‘월북 공작’으로 규정하고 하태경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서해상 공무원 피격 사건 진상조사 TF’를 발족했다. 하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가 이씨에게 월북 의도가 있었다고 발표하면서 조작한 4대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중 하나가 ‘방수복 은폐 의혹’이다. 나머지 3가지 의혹은 이씨에 대한 도박 빚 부풀리기, 정신적 공황상태 조작, 조류 조작 의혹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문재인정부가 종전선언과 남북관계 개선의 희생양으로 우리 국민을 월북 사건으로 몰아간 것은 아닌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월북 공작’ 주장을 ‘신색깔론’이라 비판하고 있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의힘의 주장을 두고 “북한에 굴복했다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신색깔론’”이라고 주장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월북 의사가 있고 없는 것이 남북관계와 무슨 관계가 있나”라며 “새로 추가된 팩트가 있는 게 아닌데도 같은 내용을 갖고 판단만 다르게 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할 달 만에 이렇게 해도 될 일인가”라고 반박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