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바뀐 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가 뒤집힌 것을 두고 해경 내부에서 비판이 분출하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해경 게시판에는 20일 지휘부를 향한 성토와 비판의 글이 쇄도했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자신이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를 인증해야만 글을 쓸 수 있으며, 인증을 거친 회원 정보엔 회사명이 기입된다.
한 회원은 “우리 해경은 세월호 사건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도 본인들의 수사판단 결과보다는 정부의 결정과 판단에 앵무새처럼 답을 읊어대고 있는 한심한 조직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썼다.
그러면서 “수사결과를 손바닥 뒤집듯 쉽게 번복할 거라면 수사권이 무슨 필요가 있나”라며 “정권교체와 맞물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수사결과가 바뀌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조직인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문재인정부 때 ‘자진 월북’으로 발표했다가 현 정부에서 ‘월북 근거가 없다’고 번복된 점을 비판한 것이다. 수사 결과가 정권의 입맛에 따라 바뀐다는 지적이다.
다른 회원은 “윗선이 배가 산으로 가는지도 모르고 눈감고 항해하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또다른 해경 직원은 “이번 번복으로 우리의 무능력을 우리 입으로 동네방네 소문낸 셈이 됐다. 조직에 충성심이 없어진다”고 토로했다. 다른 직원은 “2014년 (해경이) 해체될 때 억울했는데 지금은 해체된다 해도 그러려니 할 듯”이라고 비꼬았다.
특히 사건 발생 직후 중간 수사 결과를 언론에 브리핑했던 해경청이 아니라 인천해경서가 이번 최종 수사 결과 발표를 맡은 상황을 두고도 비판이 이어졌다. 한 직원은 “인천서장(에게) 총대 메도록 한 것을 보니 정말 실망”이라고 했다. 다른 직원은 “월북 발표는 본청, 번복 발표는 인천(해경)서. 지휘부는 충성이라는 경례를 받을 자격이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이 외에 “무능한 지휘부” “(자진 월북) 발표는 본청이, 사과는 일선(인천해양경찰서)이” 등 지휘부를 겨냥한 비슷한 취지의 지적들이 이어졌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