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도 ‘탑건’ 속편 제작에 대한 질문을 받아 부담이 됐다. 팬들을 실망시키기 싫어 제리 브룩하이머와 ‘제대로 할 수 있을 때 만들자’고 오랫동안 이야기했다. 원작과 같은 캐릭터와 감정선, 이야기가 있는 완벽한 속편이여야 했다.”
영화 ‘탑건:매버릭’ 개봉을 앞두고 내한한 배우 톰 크루즈가 20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 17일 입국한 톰 크루즈는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레드카펫 행사를 비롯한 영화 홍보 일정을 소화했다. 주연을 맡은 배우 마일스 텔러, 글렌 포웰, 제이 엘리스, 그렉 타잔 데이비스와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도 함께 한국을 찾았다.
톰 크루즈는 “한국 팬들을 다시 만나 얼굴을 바라보고 인사를 나눌 수 있어 감격스럽다. 보고 싶었다”며 “팬데믹으로 모두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4년 만에 돌아온 한국에서 우리 모두가 다시 연결됐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소회를 전했다. 이어 “개봉에 맞춰 직접 한국에 오기 위해 했던 노력들을 인정받은 기분이다. 내년 여름에도, 그 다음 여름에도 올 것”이라고 말했다.
주연 배우이자 제작자로 참여한 이번 영화에서 그는 직접 전투기를 조종하고, 후배 배우들을 훈련시켰다. 해군은 배우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톰 크루즈는 “뛰어난 파일럿들과 함께 전투기에 타기도 하고 F18과 B51은 제가 조종하기도 했다. 영화 앞부분에 등장하는 비행기는 실제로 제 것”이라며 “후배들에게 제가 비행한 것을 브리핑하면서 저도 실수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걸 통해 후배들이 배우도록 했고, 그들이 전투기를 조종하고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섬세한 노력 없이는 영화 캐릭터를 만들 수 없다. 모두 각자의 캐릭터를 편안하게, 확신을 가지고 연기한 건 노력과 경험이 쌓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포기하지 않는 모습들이 고스란히 화면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들에게 모두 경의를 표한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영화에 대해선 “드라마도 있고, 액션 비중도 크다. 명예와 우정, 가족 등 우리가 모두 이해하고 중요히 여기는 가치가 담겨있다”고 소개했다. 원작의 팬이 많은 중장년층 남성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묻자 톰 크루즈는 “영화 보면서 울어도 된다”며 “당신을 위한 영화다. 즐겨달라”고 말했다.
‘탑건’(1986)에 이어 이번에도 제작을 맡은 제리 브룩하이머는 “좋은 사람들이 카메라 앞 뒤에서 함께했고, 톰과 함께 한 것이 행운이다. 그는 배운 걸 그대로 흡수하는 스폰지같은 사람이며 저보다 더 좋은 제작자”라며 “화면에 보이는 것은 다 톰이 직접 만든 거라고 보면 된다. 그가 최선의 노력을 다해 최고의 영화를 만들려고 한 데 세계가 동의하는 것 같다. 세계적인 히트작이 됐다”고 극찬했다.
2015년 영화 ‘위플래시’의 재즈 드러머로 국내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마일스 텔러는 이번 영화에서 콜사인 ‘루스터’로 톰 크루즈와 함께 스토리를 이끄는 역할을 했다.
마일스 텔러는 “몇 해 전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기차를 타고 갔다. 서울은 이번이 두 번째”라며 “영화, 음악 등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한국의 문화에 감동받고 있다. 이번 영화는 문화와 언어라는 장벽을 뛰어넘은, 전세계 관객을 위한 영화”라고 말했다.
콜사인 ‘행맨’을 연기한 글렌 포웰은 촬영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실제로 해군 조종사들의 비행을 공부하면서 협업했다. 영화를 찍는다기보다 해군에 입대한 느낌이었다”며 “전투기를 타고 상공에 올라가선 모든 게 각자의 책임이었다. 피가 거꾸로 솟는 상황에서 조종하면서 대사를 쳐야 했다. 이 모든 건 톰 크루즈의 영화가 아니면 경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글렌 포웰은 이어 “한국은 영화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나라”라며 “여러분같은 팬들에게 인생 최고의 스토리를 선사하기 위해 이같은 영화가 만들어졌다. 목표를 달성했다는 성취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