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차 발사 예정일을 하루 앞둔 20일 발사대로 다시 이동해 기립한다. 지난 15일 발사대에 세워졌다가 내려온 지 닷새 만이다. 당시 누리호에서 1단 산화제 탱크의 레벨센서 신호이상이 발견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 따르면 누리호는 20일 오전 7시20분부터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내 조립동에서 나와 발사대로 이동한다.
조립동에서 발사대까지 거리는 1.8㎞로 아주 가깝지만 무인특수이동차량(트랜스포터)에 실려 시속 1.5㎞로 천천히 이동한다. 발사대에는 8시30분쯤 도착하며 오전 중으로 하늘을 향해 바로 서게 된다.
오후에는 누리호에 전력을 공급하고 연료인 케로신, 산화제인 액체산소 등 추진제를 충전하기 위한 ‘엄빌리칼 연결’과 추진제 충전 과정에서 막히거나 샐 가능성이 있는지 파악하는 작업인 ‘기밀 점검’ 등 발사 준비 작업이 이어진다.
특별한 이상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이날 작업은 오후 7시 이전에 모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기정통부는 발사 예정일인 21일 누리호 발사관리위원회를 열어 최종 발사시각을 정한다. 현재로서는 오후 4시가 가장 유력하다. 다만 기상 상황 등 변수에 따라 조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초 누리호의 발사 예정일은 이달 15일로 잡혀 있었다. 하지만 전날인 14일 전남 고흥 일대에 강한 바람이 계속 불면서 발사 준비 작업을 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내려져 16일로 하루 미뤄졌다.
15일 발사대에 누리호가 세워지고 고정된 이후에 1단 산화제 탱크 레벨센서에서 신호이상이 발견되면서 모든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
항우연 기술진은 점검을 통해 17일 문제가 일어난 지점을 확인하고 레벨센서의 핵심부품을 교체했다. 이에 따라 누리호의 발사 예정일은 21일로 다시 잡혔다.
과기정통부와 항우연은 올해 2월 발표에서 발사 예정일을 6월 15일로 잡으면서 기상 변수와 기술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 등을 고려해 ‘발사 예비기간’을 6월 16∼23일로 지정했다.
누리호 발사는 이번이 2차다. 1차 발사는 작년 10월 21일 이뤄졌다. 당시 발사에서 1·2·3단 분리와 700㎞ 고도 도달까지는 성공했으나 3단부 엔진의 연소가 지나치게 짧게 이뤄지면서 질량 1.5t의 위성모사체를 목표궤도에 안착시키는 최종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
이번 2차 발사 성공 시 우리나라는 세계 7대 우주강국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국가 우주개발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독자 우주수송능력을 확보하게 된 의미가 있다.
발사체 개발기술은 국가 간 기술이전이 엄격히 금지된 분야다. 현재 자력 발사능력을 갖춘 국가는 러시아 미국 중국 등 9개다. 이 가운데 1t 이상의 실용급 위성 발사가 가능한 국가는 6개에 불과하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