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 전 ‘이것’ 확인합니다…MZ세대 위스키 즐기는 법

입력 2022-06-21 06:01
명품 조각 투자 플랫폼 트레져러가 지난달 27일 공개한 ‘맥캘란 파인앤레어 위스키 1991년’은 오픈 1분 만에 NFT 투자가 완료됐다. 트레져러가 지난 1월 소더비 경매에서 1만7500유로(약 2332만원)에 낙찰한 상품이다. 현재 트레져러 마켓에서 맥캘란 위스키는 조각당 평균 1015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트레져러 제공

직장인 김수영(36)씨는 이따금 휴가를 내서 서울 남대문 주류수입상가에 간다. 위스키를 사기 위해서다. 주류수입상가에 방문하기 전 구글 드라이브에 공유되는 ‘남대문 주류표’도 살핀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서 최신 시세를 확인하기에 가장 좋다고 한다.

김씨는 ‘남대문 주류표’로 달라진 가격을 확인하고 어디에서 뭘 살지도 정한다. 위스키를 즐기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정보를 얻는 창구도 다양해졌다. 주류표에 공유되는 품목은 각종 수입산 술의 종류, 가격, 판매처, 연락처 등이다. 블렌디드 위스키로 입문해 버번과 싱글몰트 위스키를 주로 즐기는 김씨도 이 주류표를 유용하게 쓰고 있다.

김씨는 “코로나19 이후 집에서 술을 즐기게 되면서 위스키 매력에 빠졌다”며 “다른 술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풍부한 향과 맛을 느낄 수 있고 폭음하지 않으면서 즐길 수 있어서 좋아한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위스키에 빠진 이들이 주류 시장 흐름을 바꾸고 있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5월 위스키 수입액은 9770만 달러에 이르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배가량 많아졌다. 위스키 수입 규모는 2020년 1억3246만 달러에서 지난해 1억7534만 달러로 전년 대비 32.4% 증가했다. 올해 위스키 수입액은 2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업계에서는 위스키 수요를 MZ세대가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20~30대 소비층이 가장 두터운 편의점 CU는 브랜드 탄생 10주년을 맞아 위스키를 내세운 ‘어메이징 딜’ 이벤트를 마련했다. 레어템 위스키 ‘맥켈란 레어캐스크’를 6명에게만 판매하는 이벤트의 경쟁률은 9453대1에 이르렀다. 응모자 연령대를 보면 30대(56%)가 가장 많았고 20대(27%). 40대 이상(17%) 순이었다. 20~30대 참여자가 전체 응모자의 80%를 넘어섰다.

CU의 '어메이징 딜'에 등장한 고가의 위스키. 소량만 한정 판매하는데 구매 응모율이 1만대 1 수준에 육박할 정도다. BGF리테일 제공

편의점 GS25가 지난 2월 3년 주류 판매 데이터를 분석했을 때에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위스키 구매 소비층에서 20~30대 비중이 70%를 넘어섰다. 2020년에는 20~30대가 위스키를 구매하는 비중이 전체 위스키 구매 고객 가운데 절반 수준이었다. 2년 새 2030세대 비중이 부쩍 늘었다.

인스타그램에서 ‘#위스키’를 검색하면 61만개를 넘는 게시물이 나온다. 유튜브에는 위스키 추천 동영상이 넘쳐난다. 소셜미디어의 위스키 콘텐츠 주 소비층 또한 MZ세대다.

MZ세대는 왜 위스키에 빠졌을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집에서 하는 ‘혼술’ 사례가 많아졌고, MZ세대의 취향 존중 트렌드와 인증샷 문화가 더해졌다. 위스키가 인기 주종으로 떠오르게 된 데에는 이렇게 세 가지 상황이 적절하게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대세다.

트렌드를 민감하게 반영하는 호텔 업계는 20~30대 소비자를 겨냥해 위스키 관련 프로모션을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강남의 ‘르바’에서는 이달 말까지 위스키를 가성비 좋게 즐길 수 있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르바의 위스키 프로모션은 소셜미디어에서 “강남 직장인 가성비 위스키 레스토랑”으로 유명세를 탔다. 조선호텔앤리조트의 부티크 호텔 레스케이프는 호텔 최상층 바의 프라이빗 룸에서 위스키 등을 즐길 수 있는 ‘브라이덜 모먼트’ 프로모션을 내놨다.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제타플렉스점에 입점한 '보틀벙커'의 오픈런 행렬. 롯데마트 제공

없어서 못 파는 위스키도 등장했다. MZ세대에게 인기 많은 발베니 위스키는 남대문 주류수입상가 등에 입고 소식이 알려지면 ‘오픈런’을 감수하는 이들이 등장할 정도다.

다양한 위스키를 맛볼 수 있어서 위스키 동호인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보틀벙커’에서도 레어템 위스키를 사기 위해 전날 저녁부터 대기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국내 싱글 몰트 위스키 대가 김창수 명인의 ‘김창수 위스키’가 입점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였다. 위스키 하이볼 메뉴를 내놓는 주점 등에서는 일본산 산토리 가쿠빈 등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MZ세대 소비자들은 취향이 분명하고 자신이 즐기는 것을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며 “수입맥주, 수제맥주, 와인으로 흐르던 트렌드가 위스키로 옮겨가면서 다양한 위스키들이 등장하고 마케팅 활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