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의 ‘더불어민주당 대선 공약 개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다른 부처와 이전 선거까지 범위를 넓혀 전방위적인 확인 작업에 나섰다.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정부의 공약 개발 작업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여가부 전직 장·차관과 민주당 핵심 당직자를 연이어 조사하고, 당 정책연구실 카카오톡 대화 내용도 분석하는 중이다. 당 관계자들은 일반적인 부처와 국회 간의 업무일 뿐, 선거에 정부를 끌어들인 것이 아니라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경근)는 지난 17일 민주당 정책연구실 핵심 당직자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당 차원의 비위가 아닌 전문위원 개인의 적절하지 못했던 일탈 행위”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가부를 상대로 당시 여당 소속이던 당직자가 부주의하게 업무 처리를 한 것이지, 당 차원에서 정부부처에 대선 공약을 정식으로 요청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여가부 대선공약 개발 의혹은 지난해 10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여가부 내부 이메일을 공개하며 촉발됐다. 여가부는 지난해 7월 과장급 직원을 대상으로 차관 주재 정책공약 회의를 열고, 각 실·국에 정책 공약 초안을 정리한 후 민주당 여가위 전문위원에게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이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으로 김경선 전 여가부 차관 및 여가부 공무원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민주당 정책연구실을 압수수색하며 업무 자료와 더불어 당 소속 여가위 전문위원 B씨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당시 여가부에 ‘분야별 정책 공약 작성 양식’을 보내고 민주당 공약에 활용할 자료 초안 제출 등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B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여러 차례 소환 조사를 벌였고, B씨는 부처에 대선 공약을 의뢰한 것이 아니라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여가부 외 다른 정부 부처에서도 유사한 공약 개발 의뢰가 있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A씨를 상대로도 민주당이 타 부처에 정책 공약을 요청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했다고 한다. A씨는 국민일보에 “선거가 다가오면 모든 정부 부처는 여야를 막론하고 정책 목표 등을 설명하는 것이 일반적인 프로세스”라며 “개인의 실수일 뿐, 선거에 정부를 끌어들이려고 한 행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최근 정영애 전 여가부 장관과 김 전 차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여가부 공약 개발·전달 과정에서 보고를 받거나 지시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장관은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별개로 2016년 20대 총선, 2020년 21대 총선에서도 여가부가 비슷한 방식으로 집권 여당의 공약 개발에 관여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20대 총선에는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이 여당, 21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여당이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