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길사랑교회(김봉준 목사) 등 서울 지역의 ‘예배회복을 위한 자유시민연대(예자연)’ 소속 교회 31곳이 ‘대면예배 금지는 위법하다’며 서울시를 상대로 낸 코로나19 방역조치 취소 소송에서 승소했다(본보 6월13일자 29면). 2020년 12월 서울시가 ‘연말연시 방역강화 대책’으로 대면 예배를 금지하고 비대면 예배만 허용한 고시에 대한 위법성 여부를 가린 것이다.
그동안 대면예배를 금지하는 조치의 효력을 중단하라는 가처분신청 인용 결정은 더러 있었지만, ‘본안’에 해당하는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교회 측 손을 들어준 서울행정법원 행정 1부(재판장 강동혁)는 총 22쪽에 달하는 판결문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내린 대면예배 금지 조치의 종교 자유 침해 등 위헌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교회, 정신건강 지원하는 순기능 있어”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교회와 신앙의 가치와 역할에 대한 언급이다. 재판부는 “대면예배 금지 처분은 교회가 음식점 등과는 달리 생산필수시설이 아니라는 점에 근거해 집합을 금지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교회는 교인들에게 심적 위안뿐만 아니라 자신과 타인에 대한 증오를 극복할 수 있는 정신적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등 안정된 정신 건강을 지원하는 순기능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장기간 시행된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방역조치로 우울증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교회가 제공할 수 있는 기능이 생산필수시설에 비해 열등하다거나 중요도가 덜하다고 볼 타당한 이유는 없다”고 적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 처분이 감염병 예방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지만, 이를 통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비례의 원칙이나 평등 원칙에 반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생계 관련없어도 기본권 침해 말아야”
재판부는 대면예배 금지 처분의 정당성은 인정했다. 사람들이 밀집하는 시설인 교회에 모이는 행위를 일시적으로 금지함으로써 코로나19 감염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코로나19가 주로 비말 형태로 감염되기 때문에 대면 접촉을 줄이기 위한 대면예배 금지 자체가 부당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생계 유지와 관련 없는 시설이라고 하더라도 종교의 자유 등 기본권에 대한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선택해야 한다”면서 “교인들이 교회에 모이는 것에 명백한 위험성이 있다거나, 다른 선택 가능한 대안이 없는 경우에 한해서만 집합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직장이나 교통시설, 결혼·장례식장이나 백화점 등도 밀집도가 높아 감염 위험성이 큰데도 당시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이들 시설에 대해서는 집합 자체를 금지시킨 적이 없음을 지적한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종교시설의 경우도 (대면예배 전면금지가 아닌) 참석인원 제한 등으로 밀집도를 완화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비대면 예배’의 한계도 지적됐다. 재판부는 “생계 곤란 등으로 인터넷 접근이 제한되는 교인이나 고령 또는 장애로 인해 비대면 예배에 필요한 애플리케이션 사용을 못하는 경우 비대면 예배를 참여할 기회도 못 얻는다”고 언급하는가 하면 “기독교 전통의 예배에는 성찬식과 같이 비대면으로는 실행이 가능하지 않는 절차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대면 예배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교회에 대한 부당한 압박 드러나”
위법성이 지적된 대면예배 전면 금지는 한국교회에 크고 작은 상처와 후유증을 남겼다. 개척교회 등을 비롯해 많은 교회들이 문을 닫았고,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의 대면예배 회복은 더딘 상태다. 한국 교회는 (대면예배 금지에 대한) 찬반 논란으로 마음이 갈라지는 아픔도 겪어야 했다.
교회 측 변호를 담당한 법무법인 로고스의 심동섭 변호사는 19일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대면예배를 금지하고) 비대면 예배만 허용한다는 건 (아무리 코로나가 극심하더라도) 정부나 지자체가 규제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면서 “이번 판결은 교회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부당한 압박이 드러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가 항소하더라도 1심과 동일한 판결을 기대할 만큼 법리는 탄탄하다”면서 “현재 대면예배 금지와 관련한 소송이 여러 건 있지만, 법리적으로 계속 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심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이번 판결의 의미는.
“그동안 한국교회는 (정부와 언론의) ‘교회발‘ 코로나 확산 몰아가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그 가운데 일부 교회들이 부당함을 인식하고 저항한 것이다. 한국교회가 부당하게 누명을 쓴 게 밝혀진 것이다.”
-이번 판결을 분석한다면.
“법리적으로 탄탄하다. 다른 판결들이 이걸 반박하기 어려울 정도다. 크게 3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첫째, 당국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점이다. 당국은 대면·비대면 지침을 내릴 수 있는 권리가 없다.
둘째, 평등의 원칙을 위반했다. 예식장, 공연장 같은 비슷한 시설에도 수용 인원을 정했다면 교회에도 똑같이 적용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당국은 교회에만 비대면 조치를 했다.
셋째, ‘비례의 원칙(과잉 금지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다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방역 효과를 달성할 수 있으면 그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만일 이 법리가 뒤집어진다면, 비대면 예배만 허용한 행정 명령이 유효하다는 논리가 된다. 이는 우리 법치 국가의 수준이 종교의 자유를 제약하는 중국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당시 상황은 대면예배가 현실적으로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었다.
“사정에 따라 비대면 예배를 드릴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교회의 자율에 맡겨야 하고 국가가 강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공권력을 두려워한 나머지 한국교회가 예배의 자유를 쉽게 포기했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한국교회가 반성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면예배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이번 행정법원 소송 이후 활동이 궁금하다.
“현재 (대면예배 금지와) 관련한 소송이 여러 건 있다. 앞으로도 소송을 잘 마무리 짓도록 노력할 것이다. 개중에는 교회 손을 안 들어준 판결도 나왔다. 그런 건은 법리적으로 계속 다툴 예정이다.”
-서울시가 항소한다면.
“항소는 피고 측이 판결 결과를 받아들고서 2주 안에 해야 한다. 법리적으로는 할말이 없기 때문에, 서울시 측에서는 양심이 있다면 항소를 안 할 것 같다. 하지만 만에 하나 항소를 하더라고 이번 판결 법리가 탄탄해서 2심에서도 동일하게 선고되지 않을까 전망한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박이삭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