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숙박비 할인쿠폰을 보조해주는 ‘대한민국 숙박대전’ 행사에서 일부 호텔이 행사 기간에 맞춰 가격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꼼수 인상’으로 소비자들의 숙박비 부담이 그만큼 커진 것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적발된 업체에 대해 서면 경고 조치를 내렸다.
19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사는 지난 4월 진행된 숙박대전 행사와 동시에 숙박 가격을 인상한 업체 6곳을 적발해 ‘재적발 시에는 참여사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내용의 경고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숙박대전은 2020년 8월부터 코로나19 여파로 침체된 국내 여행업계를 돕는다는 취지로 진행되는 정부 사업이다. 1박 가격이 7만원 이상인 숙박시설에서 쓸 수 있는 최대 5만원의 할인쿠폰을 공사가 제공해준다. 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숙박업체들이 숙박대전을 빌미로 가격을 올려 할인쿠폰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공사가 실제로 조사한 결과 중급 호텔 6곳이 행사 시작과 함께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루 숙박비가 10만원대인 A호텔의 숙박비는 행사 시작 당일 가격이 전주 대비 10%, 같은 주 다른 날 대비 20% 이상 올랐다. 행사로 요금이 할인이 내려갈 것에 대비해 가격을 올린 것이다.
B호텔의 경우 행사 시작 당일 숙박비(주중)가 전년도 전체 주중 가격 중 세 번째에 해당할 정도로 비쌌다. 전년 7~8월 여름 성수기 가격보다도 더 높았다. 행사 시작에 맞춰 성수기보다 비싼 가격으로 올려 받았다고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공사는 지난 4월 7일부터 약 1개월간 온라인 소비자 커뮤니티를 통해 13건의 제보를 접수했다. 이와 별도로 과거 숙박대전 행사 기간 쿠폰 사용 상위 100개 업체를 추려 자체 조사도 진행했다. 그 결과 제보와 자체 조사에서 각각 3건을 적발했다. 행사 시작에 맞춰 가격을 조정한 업체가 더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사는 지난 7일부터 올해 두 번째 숙박대전 행사를 진행 중이다. 공사는 숙박시설 대표 협회에 가격인상 자제 협조 요청을 보내는 등 사전 조치도 취했다. 이번 행사 시작 후에도 2건의 꼼수 인상 제보가 접수돼 업체를 상대로 소명을 듣는 절차를 진행했다. 다만 해당 제보는 온라인 여행 플랫폼(OTA) 오류와 소비자 오해로 빚어진 해프닝인 것으로 조사됐다.
제보된 호텔 중 한 곳은 숙박대전으로 OTA 방문자 수가 급증하는 바람에 오류가 발생해 회원가 대신 더 비싼 비회원가가 노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사 측은 숙박시설과 판매채널 간의 중개프로그램을 확인해 가격 변동 이력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 다른 업체는 기본 객실 타입이 빠르게 매진돼 가격이 더 높은 상위 객실 타입이 노출됐다고 한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업계에 경기 회복의 기회를 제공하고 국민에게 힐링의 기회를 주는 좋은 취지의 사업인 만큼 남은 행사 동안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니터링에 전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