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관계사 대표들에게 현재 기존 사업 모델을 탈피하는 방식의 과감한 경영활동으로 기업 가치를 개선할 것을 주문했다. 한국은 물론 세계경제가 위기에 빠져들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같은 방식으로는 제자리걸음만 하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경보음을 높였다.
19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17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2022년 확대경영회의’을 열고 ‘SK 경영시스템 2.0’으로의 체질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현재 만들어 실행하고 있는 ‘파이낸셜 스토리’는 기업 가치와 연계가 부족했다”며 “앞으로는 기업 가치 분석 모델을 기반으로 파이낸셜 스토리를 재구성하고, 기업 가치 기반의 새로운 경영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 스토리는 매출, 영업이익 같은 재무성과 뿐 아니라 시장에서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목표와 구체적 실행 계획을 담은 SK의 전략을 말한다. 2020년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 최 회장이 처음으로 필요성을 언급했고, 지난해를 실행 원년으로 삼았다.
최 회장은 “기업 가치는 재무 성과, 미래 성장성과 같은 경제적 가치(EV) 외에도 사회적 가치(SV), 유무형의 자산, 고객 가치 등의 다양한 요소로 구성돼 있다”고 했다. 이 가운데 어떤 요소를 끌어올리고, 어떤 요소에 집중해야할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객, 투자자, 시장 등 이해 관계자들이 더 큰 신뢰와 공감을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혁신과 성장 방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파이낸셜 스토리를 다시 구성해 보자는 것”이라며 “글로벌 공급망 차질, 금리 인상 등 국내외 경제위기 상황에서 이런 움직임이 있어야 위기 극복에 더해 기업 가치 제고까지 가능할 수 있다. 우리의 가설을 스스로 입증하자”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새로운 핵심성과지표(KPI), 투자·예산·조직 등 회사 내 자원 배분, 평가·보상, 이해관계자 소통 방안 등도 기업 가치 모델 분석 결과와 연계해 재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확대경영회의에 참석한 그룹 임원 30여명은 최 회장의 제안에 적극 동감했다. SK는 각 관계사에서 공통으로 추구할 지속 가능한 기업 가치 창출 시스템 개념을 그룹의 경영철학이자 실천방법론인 ‘SKMS(SK Management System)’에 반영하는 등 지원 기반을 마련하기로 했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글로벌 최고 수준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누구도 시도할 생각을 못한 영역에 대한 과감한 결단과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고 오랜 기간 치밀하게 준비하는 실행력이 꼭 필요하다”며 “과거에 안주하지 말고 계속 성장하는 회사를 만드는 데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