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20세 탈북청년… 1심서 무죄

입력 2022-06-19 14:58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현금 수거책으로 일한 탈북청년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1단독 김인택 부장판사는 최근 사기‧공문서위조‧위조공문서행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20)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보이스피싱 조직의 수거책으로 활동하며 피해자들로부터 5000여만원을 받아 조직 윗선에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2018년 1월 홀로 북한을 탈출했고, 북한이탈청소년을 교육하는 학교에 다니던 중 여름방학에 단기 아르바이트를 구하려 인터넷 채용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렸고, 이후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률사무소 직원으로 가장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A씨에게 “코로나 이후 비대면 업무량이 늘었다”며 “사무소 방문이 어려운 고객을 만나 서류를 전달해 의뢰금을 받아오면 된다”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 같은 지시에 따라 나흘간 피해자 3명에게서 5000만원을 받았고, 결국 사기 사건의 공범으로 수사 당국에 붙잡혔다.

김 부장판사는 A씨의 범죄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김 부장판사는 “A씨는 북한을 먼저 이탈한 사촌언니를 제외하고 한국에 연고가 전혀 없고 그간 어떤 직업도 가져본 적이 없다”며 “사회생활 경험이 없어 세상 물정에도 밝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A씨가 수거책으로 활동하면서 자신의 신분을 감추려고 한 흔적이 없다는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그는 채용 과정에서 해당 법률사무소 이름을 검색해 홈페이지를 확인하고, 피해자들을 만나면서 자신 명의의 체크카드로 식비를 결제하는 등 인적사항 노출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 흔적도 없었다고 한다.

김 부장판사는 “A씨가 인적사항을 노출하지 않으려고 노력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며 “수금 건당 10만원씩 받는 것도 사기 범행에 가담한 대가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고 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