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극단 선택 98명 산재 인정… “인정 요건 낮춰야”

입력 2022-06-19 12:01

지난해 정신질환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직장인 중 괴롭힘이나 직무 스트레스가 원인이 됐다고 인정 받은 사람은 88명으로 나타났다. 공무원까지 포함할 경우 98명이다.

19일 직장갑질119가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을 통해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은 2013~2021년 정신질환 사망자 수 통계를 보면 지난해 산업재해를 신청한 정신질환 사망자는 158명이고 그 중 55.7%(88명)가 산재를 인정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직장 내 괴롭힘이나 직무 스트레스로 인한 사망이 인정된 것이다.

공무원의 경우에는 근로복지공단이 아닌 공무원연금공단에 산재사망(순직) 신청을 하는데, 지난해 정신질환을 이유로 극단 선택을 한 26명이 순직 신청을 했고 10명이 인정받았다. 직장갑질119는 “군인연금관리공단, 사학연금관리공단, 어선원 등을 포함하면 전체 사망자 수는 1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직장갑질119에 제보된 사례 중에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극단 선택을 시도하거나 정신과 진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제보자 A씨는 “대표가 저와 일하는 팀을 전부 퇴사시키겠다고 협박하고 왕따·폭언·모욕을 일삼았다”며 “2년 넘게 괴롭힘을 당하다 보니 유서를 쓰고 목숨을 끊어 대표의 악행을 알릴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호소했다.

병원 간호사인 B씨는 직장 내에서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는 등 따돌림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B씨는 이 괴롭힘으로 신경정신과에서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근로복지공단에 접수된 정신질환 사망 산재 신청 건수는 2020년 87건에서 지난해 158건으로 81.6% 증가했다.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3년(53건)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반면 산재 인정 비율은 지난해 70.1%에서 14.4% 포인트 줄었다.

박성우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실제 건수는 신청된 것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인정 요건은 너무 까다롭다”며 “기준을 새롭게 정비하고 직장 내 책임을 묻는 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