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17일(현지시간)자 지면 3개 면을 할애해서 방탄소년단(BTS)의 활동 잠정 중단과 관련한 특집 기사를 보도했다. 시간적 여유가 없어 성장이 정체된 채 혹사당할 수밖에 없는 한국의 아이돌 시스템과 팬덤 문화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더타임스는 1면 머리에 ‘BTS, 세계 최대의 보이밴드는 왜 갈라졌나’라는 문구로 특집 기사를 크게 알렸다. 뒷면엔 BTS의 전면 사진과 2018년 BTS를 인터뷰한 아시아 에디터의 분석을 실었다.
아시아 에디터 리처드 로이드 패리는 이 신문에서 ‘BTS와 나: 활동 중단에 놀라지 않았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과거 BTS와의 인터뷰를 회상했다.
그는 “BTS의 삶은 ‘신경쇠약의 공식’처럼 보였다. 결국 4년도 안 돼서 그렇게 됐다”며 “BTS 멤버들은 당시 인터뷰에서 데이트는커녕 가족을 만날 시간도 없고, 정상적인 생활 패턴이 없다고 토로했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BTS가 안됐다고 느꼈다. 섹시하기 보다는 슬프고, 화려하기보다는 지쳐 보였다”며 “내가 본 중 가장 혹사당하는 백만장자였다”고 말했다. 이어 “소속사는 일시적 조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주가가 28% 하락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최소한 BTS 캐시카우에 우유가 말랐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패리 에디터는 BTS가 받는 압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BTS는 한국의 자부심이자 상징으로서 국가적 책임까지 졌다. 주요 수출품이자 전략적 국가 자산으로 여겨졌다”고 지적했다.
당시 인터뷰 후 경험을 토대로 ‘아미’(BTS 팬덤) 특유의 팬덤 문화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는 “당시 인터뷰 기사에서 ‘RM이 IQ 148이라고 하는데, 가끔 영어 문장이 이상해서 시트콤 프렌즈 등장인물 중 챈들러보다 (실수 잦고 우스꽝스러운) 조이같다’고 했다가 큰 반발을 샀다”며 “가볍게 놀렸다가 ‘외국인 혐오증’이라는 비난을 받았다”고 전했다. 당시 ‘아미’들이 트위터로 욕설이 담긴 항의 글을 자신에게 쏟아부었다는 것이다.
패리 에디터는 “아미가 춤과 음악을 좋아하는 것이지 철학이나 관용, 자기존중 등을 지지하는 발언에는 관심이 없다”고 꼬집었다.
반면 패리 에디터와는 전혀 다른 어조로 BTS를 향한 애정을 쏟아내는 글도 있었다. 유명 여성지 전 편집장이 자신이 아미라고 고백한 글이 실려 눈길을 끌었다.
영국 잡지 ‘글래머’ 편집장을 지낸 조 엘빈(52)은 ‘중년 BTS 팬의 고백: 나의 최애는 RM’ 이란 기고문에서 지난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흥행했을 때 SNS에서 BTS 팬인 낯선 이와 얘기를 하다가 아미가 됐다고 떠올렸다. 또 덕분에 ‘중년 위기’를 잘 넘기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BTS를 들어봤지만 빠져들 것이란 생각은 안 해봤다. 보이밴드는 10대 전용이고 한국어는 따라 부를 수도 없으니까”라면서도 “그때 상대방에게 날 설득시켜보라고 했는데, 금세 왜 BTS가 세계적 슈퍼스타가 됐고 한국 경제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엘빈은 ‘음악을 관통하는 남성 호르몬’을 언급하며 “세계가 BTS의 남성성에서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 영국 일간 가디언에도 남편과 사별한 아픔을 BTS 음악으로 극복한 수기가 16일 실렸다. 인디밴드 ‘딜레이스'’ 보컬 그레그 길버트의 부인은 작년 말 남편이 암으로 세상을 뜬 뒤 상실감을 겪다가 딸들과 BTS의 ‘버터’를 듣고 같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BTS 음악에 담긴 즐거움과 긍정성에서 큰 위로를 받았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