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 NHN의 과도한 물적분할에 분노한 소액주주들이 단체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부터 이준호 회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는 한편 정우진 대표와의 긴급 간담회까지 열며 주가 관리를 요구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9년간 NHN을 믿고 투자했지만 핵심 사업부는 모두 분사한 채 껍데기만 남았다. 팔 다리가 모두 잘린 기분”이라고 성토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NHN주주모임 회원 20여명은 전날 NHN 판교 사옥에서 주주간담회를 가졌다. 지난 수년간 끊임없이 주가가 하락하자 소액주주들이 공동행동에 나선 것이다. 간담회에는 정 대표(CEO)와 안현식 재무이사(CFO)가 참석했다.
주주들이 분노하는 핵심 부분은 ‘묻지마 분할’이다. 주주들은 NHN이 지난 10여년간 수익을 낼 만한 사업부를 족족 분할해 NHN을 껍데기 회사로 전락시켰다고 주장했다.
실제 NHN은 지난 2013년 네이버주식회사와 분할했다. 당시에도 포털서비스 등 미래성장성이 높은 핵심사업을 네이버가 독식해 빠져나갔다는 우려가 확산해 NHN 주가가 폭락했다. 분할상장 첫날부터 네이버는 기준가보다 시초가가 56.4% 높게 잡히며 급등 출발했다. 현재와 비교하면 주가는 3배 가까이 뛰었다.
반면 NHN은 2013년 7만5420원에 달했던 주가가 계속해서 우하향 중이다. 이날 현재는 2만7400원에 불과하다. 회사를 믿고 계속해서 투자를 이어온 주주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대목이다. 9년간 주주배당조차 한 푼 없었다는 설명이다.
NHN의 사업분할 역사는 네이버 이후에도 지속됐다. 2017년에는 간편결제서비스 페이코를, 지난 4월에는 클라우드서비스 NHN클라우드를 물적분할했다. 특히 페이코는 NHN이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2600억원 투자금으로 키운 사업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먹튀당했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NHN에 남아있는 핵심사업은 한게임 정도다.
이 회장은 주가 상황에 아랑곳않고 경영 승계에 더 관심이 있는 모양새다. 이 회장은 본인부터가 자사주를 야금야금 사모으고 있다. 네이버 분할 당시인 2013년(3.74%)과 비교하면 현재는 5배 이상 증가한 18.12% 지분을 보유 중이다. 아들 이수민씨와 딸 이수린씨의 지분도 각각 2.56%에 달한다. 아들 이수민씨는 현재 NHN에 입사해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후계자 수업이다.
소액주주들은 이에 항의하며 서울 삼성동에 있는 이준호 회장 자택 앞에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와 함께 3차례 항의 시위를 벌여왔다. 전날에는 정 대표와 주주들이 직접 만나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적자사업 구조조정 등 요구사항을 전달했지만 유의미한 진전은 없었다는 평가다.
NHN주주모임 관계자는 “NHN 측에서 (주가 부양과 관련한) 어떤 방안도 준비해오지 않았다”며 “자사주 소각, 차등배당, 등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추후에 논의하겠다고 말하는 등 주주 입장에서 얻은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빠른 시일 내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유의미한 움직임이 없을 경우 집회·시위 등 강도높은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NHN 측은 “사측은 주주들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경청하는 한편 향후 회사가치 및 주가 상승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며 “주주들이 요구한 주주환원책 등에 대해서도 심도있게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