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보병학교에서 한 간부가 장병들에게 폭언과 인격 모독, 가스라이팅 등을 일삼았다는 내부 폭로가 나왔다.
17일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따르면 육군보병학교에서 근무 중인 B간부는 “같은 부대 소속 A간부의 만행이 현재까지 멈추지 않고 있으며, 그것을 버텨내기에는 정신적 한계에 도달했다”며 “자포자기 심정으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 이 만행을 퍼트리고 싶다”고 폭로했다.
B간부는 A간부와 직책은 다르지만, 일정 부분 영향을 받는 부대원으로서 근무해왔다. 그는 “A간부의 폭언, 갑질, 인격 모독 등 수 없는 가스라이팅으로 인해 이제 지칠 대로 지쳤다”고 토로했다.
B간부는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편부모 가정에서 자란 장병에게 ‘애비 없이 자라서 그렇다’ ‘아버지한테 배운 게 없어서 그렇다’는 발언을 일삼았다”며 “개인 건강 및 가정환경 등 개인사를 건드리며 모멸감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당사자 모르게 다른 장병들에게 이간질하며, 개인저축 등의 방법에 대답을 제대로 못 하면 비아냥거리는 태도로 대하거나 한심한 (존재로) 취급했다”고 덧붙였다.
가스라이팅을 시도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B간부는 “보직 심의위원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본인 생각대로 보직 조정이 되게끔 유도했다”며 “(해당 보직 조정 외) 다른 장병들은 본인 기준에 충족하지 않으면 당사자 모르게 다른 장병들에게 이간질하거나 흠을 잡아 깎아내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본인의 성향을 맞추고 눈에 들어야 장기 복무, 진급을 할 수 있다는 뉘앙스로 압박했다”며 “특히 진급에 결정적 요소인 필수 보직이 바로 채워지지 않게 유도했다”고 덧붙였다.
가벼운 교통사고로 무혐의를 받은 장병에 대해 “음주운전했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다른 장병들 앞에서 “2~300대 뺨을 맞아야 한다”고 폭언한 사실도 제보됐다.
B간부는 “이는 분명히 큰 문제라고 생각돼 공론화하기 위해 제보했다”며 “명확한 사실조사를 통해 적절한 조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육군보병학교 측은 지난 3월 제보를 받은 뒤 즉시 A간부에 대한 감찰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법규와 절차에 의거해 A간부를 징계했다. 육군보병학교는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간부교육을 강화하고, 보다 세심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찬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