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증권시장이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자이언트스텝’ 단행 하루 만에 일제히 하락했다. 연준, 유럽중앙은행, 스위스국립은행의 연이은 금리 인상이 세계 경기를 위축할 것이라는 우려를 키우면서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지난해 1월 이후 1년5개월 만에 3만선이 붕괴됐다.
1. 다우지수 3만선 붕괴
다우지수는 17일(한국시간) 마감된 뉴욕증시에서 741.46포인트(2.42%) 하락한 2만9927.07로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의 3만선은 2020년 11월 사상 처음으로 달성됐고, 지난해 1월 30일 2만9982.62로 밀린 뒤 뚫린 적이 없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이날 123.22포인트(3.25%) 떨어진 3666.77,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53.06포인트(4.08%) 급락한 1만646.10에 각각 마감됐다. 뉴욕증시 주요 3대 지수가 연준의 금리 인상률을 확인하고 안도 랠리를 펼쳤던 전날의 상승분 이상을 이날 반납했다.
연준은 전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6월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0.75% 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금리를 한 번에 0.75% 포인트 인상한 건 1994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이다. 이제 미국의 기준금리는 1.50~1.75%에 도달했다.
연준의 ‘자이언트스텝’은 세계 중앙은행의 긴축 속도를 높였다. 당장 스위스국립은행이 ‘빅스텝’(50bp 금리 인상)을 밟았다. 스위스중앙은행은 2015년 이후 -0.75%로 유지해온 정책금리를 -0.25%로 상향했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이 은행의 금리 인상은 2007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앞서 유럽중앙은행은 지난 9일 기준금리를 오는 7월 0.25% 포인트 상향할 계획을 밝혔다. 연준의 ‘자이언트스텝’ 단행 가능성이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제기되던 시점이었다. 동아시아에선 유일하게 선제적으로 긴축을 시행해온 한국은행의 사상 첫 ‘빅스텝’ 가능성이 거론된다.
세계 중앙은행의 경쟁적인 긴축은 시장으로 풀린 유동성을 줄여 경기를 부양할 근간을 흔들 수 있다. 이미 높은 인플레이션을 체감하는 상황에서 불황까지 찾아오면 최악의 상황인 스태그플레이션과 마주하게 된다. 이에 대한 우려가 뉴욕증시를 약세장으로 억누르고 있다.
2. 테슬라 [TSLA]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이날 나스닥에서 8.54%(59.7달러) 급락한 639.3달러에 마감됐다. 애프터마켓에서 낙폭은 9.17%로 늘었고, 주가는 634.9달러로 내려갔다. 이제 ‘육백슬라’도 위협을 받게 됐다. 코로나19 대유행에서 지난해까지 2년간 가파르게 성장한 테슬라는 올해 들어 제품 가격을 올리고 채용을 줄여 경기 둔화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 경제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지난 16일 “테슬라가 공급망 차질과 원자재가 상승 여파로 미국 내 전기차 제품의 모든 모델 가격을 다시 인상했다”고 보도했다. 테슬라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X’의 가격을 6000달러 인상한 12만990달러, 다른 SUV ‘모델Y’를 3000달러 올린 6만5990달러를 각각 책정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테슬라가 올해 들어 미국에서 여러 차례 가격을 인상했다”며 “가장 저렴한 모델의 가격도 지난해보다 1만 달러 올랐다”고 전했다. 테슬라는 한때 인상한 제품 가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만큼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가격 인상은 실적의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테슬라의 채용 규모 축소 정황도 포착됐다. 로이터통신은 같은 날 기업정보 플랫폼 ‘싱크넘 얼터너티브 데이터’를 인용해 “테슬라 홈페이지에 공개된 채용 공고 수가 이달 초 5855개에서 최근 5011개로 14%가량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지난 2일 자사 임원들에게 ‘세계 채용 중단’이란 제목의 이메일을 발송해 미국의 향후 경제 전망에 대해 “느낌이 좋지 않다”며 “채용을 중단하고 직원을 10%가량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논란이 일어나고 주가가 하락하자 머스크는 우려를 만회하려는 듯 지난 4일 한 트위터 이용자와 댓글을 주고받으면서 “전체 인원수(고용자 수)는 증가할 것”이라며 감원 계획을 정정했다. 다만 “정규직 수가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사 인력 구조에 변화를 줄 가능성을 열어뒀다.
3. 어도비 시스템스 [ADBE]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어도비 시스템스는 이날 나스닥의 하락장을 따라 3.14%(11.84달러) 밀린 365.08달러에 마감됐다. 이어진 애프터마켓에서 미흡한 2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낙폭을 8.07%로 확대됐다. 애프터마켓 마감 종가는 346.51달러다.
어도비는 분기 실적에서 매출을 43억9000만 달러, 조정 주당순이익(EPS)을 3.35달러로 발표했다. 미국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가 조사한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의 어도비 실적 전망치에서 매출은 43억4000만 달러, EPS는 3.31달러였다. 실적은 전망치를 상회했다.
하지만 어도비는 연간 실적 전망치를 하향했다. 미국 경제채널 CNBC는 “어도비가 올해 전체 실적에서 조정 EPS를 13.5달러, 매출을 176억5000만 달러로 제시했다”며 “이는 레피니티브 전망치인 연간 EPS 13.66달러, 연간 매출 178억5000만 달러를 밑돈다”고 보도했다.
하루 3분이면 충분한 월스트리트 산책. [3분 미국주식]은 서학 개미의 시선으로 뉴욕 증권시장을 관찰합니다. 차트와 캔들이 알려주지 않는 상승과 하락의 원인을 추적하고, 하룻밤 사이에 주목을 받은 종목들을 소개합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