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그린북에서 처음으로 ‘경기 둔화’ 언급 나왔다

입력 2022-06-17 11:05

정부가 매달 발간하는 경제동향(그린북)의 6월호에서 올해 처음으로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기획재정부는 17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6월호’에서 “대외 여건 악화 등으로 높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투자 부진, 수출 증가세 약화 등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린북 5월호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 및 공급망 차질 장기화 등으로 투자 부진 및 수출 회복세 제약이 우려되고 물가상승세 지속이 확대된다”고만 밝혔다.

이번엔 수출 회복과 투자 부진에 대한 우려에서 한발 더 나아가 경제 전체가 둔화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는 “대외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미국의 큰 폭의 금리 인상 등 주요국 통화 정책의 전환이 본격적으로 가속하고 있다”면서 “공급망 차질 지속 등으로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및 글로벌 경기 하방위험이 더욱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표상으로도 수출, 투자 등에서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수출은 지난달 반도체와 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21.3% 증가했지만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 평균 수출은 10.7% 늘어나 4월(15.3%)보다 증가세가 둔화했다. 설비투자는 지난 4월에 전월보다 7.5% 줄어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앞으로 경기를 나타내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개월 연속 내려갔다.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두 달 연속 하락해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은 잇따라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정부는 지난 16일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한국 경제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1%에서 2.6%로 내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로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물가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도 4.1% 상승했다.

정부는 “비상 경제 대응 체제 전환 등 물가·민생 안정과 거시경제·리스크 관리에 총력 대응하겠다”며 “저성장 극복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의 주요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