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제대로 된 시스템이 작동되는구나’하는 한숨이…”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0년 9월 서해 표류 중 북한군 총격에 사망한 뒤 시신에 불태워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의 형 이래진씨가 16일 밤늦게 SNS에서 밝힌 그간의 소회다.
이날 해양경찰과 국방부는 “월북으로 판단된다”고 했던 문재인 정부 때 판단을 1년 9개월 만에 뒤집었다. 대신 “월북 의도를 인정할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해경), “실종 공무원의 자진 월북을 입증할 수 없었다”(국방부)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대준씨의 이름은 그간 공개되지 않았으나 윤석열 정부에서 발표 전 가족 협조를 얻었다. 이씨는 “직무를 수행하다 사망한 공무원인데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실명을 써달라”고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오늘에야 비로소 그동안의 소회를 밝힌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며 “불과 몇 개월 만에 입장이 뒤바뀌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있었고 만약 제가 해상에서 전문성이 없었다면 억울한 누명을 평생동안 지고 살았을 것”이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어린 조카들에게 그리고 우리 가족 전체에 최고 가장으로서 무슨 변명을 하겠나”라며 “오늘의 일은 이제 시작을 알리는 첫 단추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안보실로부터 전화를 받고 ‘이제야 제대로 된 시스템이 작동되는구나’하는 안도의 긴 한숨이 흘러나온다”며 “아직 할 말이 많지만 긴 숨 고르기를 해야 할 듯하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또 “어떤 분들은 저와 가족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말들을 하지만 응원하고 격려하는 분들이 더 많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가의 시스템과 안보 그리고 국민의 생명을 중히 여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때론 말없이 아파하고 흐느끼며 오직 진실만을 위해 헌신했고 뒤돌아보지 않고 가족 전체를 아우른다는 생각 하나로 지치지 않고 걸어왔다”며 “불과 몇 개월 전에는 제가 사경을 헤맸고 많이 힘들어서 정상적인 생각을 못 할 정도로 컨디션이 안 좋았지만 믿음과 진실규명을 해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윤석열 정부에서 뒤집힌 해경과 국방부 발표 결과를 토대로 전 정부에 대한 법적 대응을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당시 정보·수사·지시·보고라인 관계자들 살인 방조 혐의로 고소할 방침을 밝힌 상태다.
앞서 문재인 정부 당시 해경은 사건 발생 8일 뒤였던 2020년 9월 29일 수사 중간결과에서 고인이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해경은 실종자만이 알 수 있는 본인의 이름과 나이, 고향 등 신상 정보를 북측에서 소상히 파악하고 있다는 점, 실종자가 월북 의사를 표현한 정황이 있다는 점 등의 첩보 내용을 근거로 들었다. 또 이씨가 도박으로 인해 3억여원의 채무가 있었고,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씨는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는 “국회 국방위·정보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동생의 월북을 인정하면 기금을 조성해 보상해주겠다고 했다”며 문제 제기를 막으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안보실 자료에 대해서는 “15년, 30년을 어떻게 기다리겠느냐”며 “민·형사상 고소·고발을 해 검찰의 영장청구가 이뤄지면 (자료를) 열어볼 수 있다”며 동생에게 벌어진 일의 사실관계, 전 정부의 ‘월북’ 발표 배경 등을 끝까지 파헤치겠다는 입장이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