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안전운임 개선 없이 일몰 폐지 못한다”

입력 2022-06-16 18:45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민주노총 화물연대 파업의 배경이 됐던 화물차 안전운임제와 관련해 제대로 된 성과 분석이나 제도 개선 없이 유지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일몰제 폐지를 요구해온 화물연대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대신 화물 운송 운임에 유가 변동을 반영할 수 있는 표준계약서 도입을 통해 화물차주 부담을 더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원 장관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안전운임제와 관련해 “국토부는 당초부터 (안전운임제) 연장 시행에 대해 반대한 적이 없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성과분석 보고서를 토대로 이미 올해 2월부터 당사자, 전문가들과 논의를 이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성과분석 보고서 내용을 인용하며 “안전운임위원회 구성의 공정성, 운임 산정 근거의 객관성 등에 대한 문제를 그대로 유지한 채로 안전운임제의 일몰제를 폐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국토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안전운임위원회는 화물차 업계의 최저임금 성격인 안전운임을 정하는 별도 위원회로 화주와 운송사, 차주 대표위원이 각각 3명, 공익위원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원 장관은 “운송사와 차주가 같은 이해관계를 갖다 보니 차주 측 의견이 과대 대표돼 대립 당사자들의 동의를 끌어내기 어려운 취약한 구조라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운임 산정 과정에서 차주들의 반대로 국세청 자료와 같은 객관적 자료가 아닌 설문조사에 기반해 정하고 있다는 점도 소개하며 “매우 치명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원 장관은 안전운임제와 관련해 “지자체나 주(州) 차원에서 안전운임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일부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 강제적으로 실시하는 나라는 없다”고 강조했다. 운임제의 성과와 관련해서도 “운임이 오른 만큼 (차주의) 소득 개선 효과는 있었지만, 과적, 과속 등에 대해서는 (개선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교통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인 시멘트 화물차주의 월평균 순수입은 안전운임제 시행 전인 2019년 201만원에서 지난해 424만원으로 뛰었고, 컨테이너 화물차주의 월평균 순수입도 지난해 373만원으로, 300만원이던 2019년보다 73만원 늘었다. 반면 안전운임제 대상이 포함된 사업용 특수차의 과적으로 인한 운행제한 단속 건수는 2019년 7502건에서 7404건으로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다. 사업용 특수차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19년 21명에서 2020년 25명으로 오히려 늘었다.

원 장관은 안전운임제와 별개로 유가 급등에 따른 화물차주 부담 경감을 위한 표준계약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2003년, 2008년, 2011년 등 화물연대 소속이 아닌 차주들까지 운송거부가 있었던 때 공통으로 유가 급등이 있었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안전운임제 적용 여부를 떠나 유가 급등 등 인정할 수밖에 없는 비용을 반영한 운임 제도를 포함한 표준계약서를 권고하고 이런 내용을 국회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기업 등에서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나온 데 대해서는 “불법행위는 사후에라도 단호히 대처한다는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도 말했다. 운송 거부 과정에서 경찰에 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체포된 화물연대 조합원에 대해서는 운전면허 정지나 취소 등의 행정처분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