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조차 속마음 나눌 사람이 없다”…2030 청년들의 마음 현주소

입력 2022-06-16 18:28 수정 2022-06-16 18:40

20대 중반 여성 A씨는 우울증을 앓고 있다. 어린 시절 부모가 이혼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에 아버지 폭력까지 겪어야 했다. 가족으로부터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한 그는 이단·사이비 단체까지 전전했다. 공허한 마음을 채우려는 몸부림이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문을 두드린 곳은 교회였다. 세상과 다를 것이라 믿고 교회 공동체에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놨지만 돌아온 대답은 “기도할게”가 전부였다.

세상에 치이고 교회에서도 상처를 입은 A씨는 현재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에서 진행하는 ‘청년상담센터 위드(WITH)’의 1대1 심리상담에 참여하고 있다. 만 19~39세 청년을 대상으로 전문상담사가 마음의 건강 상태를 체크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기윤실 청년상담센터에서 만난 김성경 소장은 “자신이 지닌 상처가 클수록 양지로 드러내야 한다. 그 과정이 상담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요즘 청년들은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는 것을 어려워한다며 교회가 진심을 터놓을 수 있는 ‘신뢰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김성경 기윤실 청년상담센터 소장이 지난 15일 본보 인터뷰에서 상담용 ‘감정·격려 카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 소장의 눈에는 청년들의 ‘마음 관리’에 대한 교회의 책임있는 역할이 더 필요해 보였다. 그는 “상담을 진행하는 청년 일부는 교회에서 더 큰 상처를 받았더라”고 털어놨다. 교회 공동체에서 힘들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순간, 자신의 약점이나 흠으로 치부되는가 하면 중보 기도를 해준다는 이유로 소문이 퍼지면서 뒷담화 소재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교회가 진심으로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장소가 되려면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하며, 그 신뢰는 교회가 안전한 공동체라는 확신이 생길 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교회가 이를 계속 간과한다면 청년 공동체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는 게 그의 견해다.

2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 팬데믹은 ‘코로나 블루(코로나와 우울을 뜻하는 블루를 합친 용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발표한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의 우울증 환자수는 91만785명으로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보다 14.4%(11만4421명) 늘었다. 특히 같은 기간 청년층(20~39세)은 22만3071명에서 31만878명으로 39.4%나 급증했다.

박지안 상담사는 “코로나 기간에 발병한 우울증의 원인이 모두 코로나라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 “다만 코로나로 인해 장기간 관계나 소통, 외출이 끊기면서 우울증을 유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상담사는 “상담센터를 찾는 청년들 대부분이 가정의 상처,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다”면서 “건강한 자아를 형성하는 힘의 근원이 없다”고 진단했다. 우울증을 앓는 이들의 경우, 자신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박지안 기윤실 상담사가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기윤실 상담센터에서 청년들의 정신 건강 실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출과 투자 등 재무관리에 어려워하는 이들 역시 심리 상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서로 기윤실 재무상담사는 16일 “적은 급여, 부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높이게 되는 계기가 된다”며 “반면 소비를 통해 불안감이나 우울감,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심리도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마음의 관리를 잘하지 못할 경우, 소비생활에도 영향을 미쳐 재무 관리에 빨간불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크리스천을 대상으로 ‘마음을 지키는 5계명’을 소개하면서 ‘하나님께 있는 마음을 그대로 털어놓기’를 가장 먼저 꼽았다. 그는 “하나님은 우리의 모든 것을 알고 계신 분”이라며 “다윗의 기도처럼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드러내며 기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음을 지키는 크리스천 5계명>
①하나님께 솔직한 마음 털어놓기
②나의 감정과 욕구를 잘 파악하기
③감정을 말로 표현하기
④자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기
⑤자신을 드러내는데 주저하지 않기


글.사진=유경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