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 전문직’ 내 집 마련 족쇄만 풀어준 정부… MZ세대 부글부글

입력 2022-06-17 06:00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연합뉴스

정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담보인정비율(LTV) 등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데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금리 상승기에 접어든 가운데 최근 몇 년 새 급증해 1900조원을 목전에 둔 가계부채 위험을 의식한 조치다. 간신히 안정세에 접어든 부동산 시장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고소득 전문직의 내 집 마련 족쇄만 풀어준 셈이라 대다수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Z세대)의 분노는 클 전망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6일 정부 경제 정책 방향의 일환으로 내놓은 ‘가계대출 관리 방향 및 단계적 규제 정상화 방안’은 가계부채 증가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핵심은 연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40%(비은행권 대출은 5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DSR 규제 유지다.

되려 내달부터는 총대출액 1억원 이상의 차주에게 이 규제를 확대 적용한다. 문재인정부에서 설계한 정책이라 손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가계부채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이어나가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행 50~70%인 LTV 규제는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 한해 80%까지 풀어주기로 했다. 생애 최초 구매가 아니더라도 지역과 관계없이 70%까지 완화하고, 다주택자도 보유 주택 수에 따라 상한선을 최대 40%까지 높이겠다는 대통령 선거 공약은 이번에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MZ세대가 반발할 것을 의식한 듯 유화책을 함께 내놨다. DSR 산정 시 청년층 장래 소득을 반영해 대출 한도를 늘려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택 구매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질 30대 초반의 경우 장래 소득을 반영하더라도 대출 한도 확대 폭이 그리 크지 않다.

연봉 3600만원인 만 30세 무주택 근로자의 경우 대출 한도가 2억6723만원에서 3억1452만원(장래 소득 연 4237만원 적용)으로 증가한다. 은행에서 4729만원(17.7%)을 더 조달할 수 있게 되지만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이 12억800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큰 도움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만기가 50년인 초장기 주택담보대출 출시도 추진한다. 대출 한도가 당장 확대되는 효과를 내지만 같은 돈을 빌리더라도 갚아야 하는 총이자액 부담이 늘어나 ‘조삼모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만기가 30년일 때 금리 5%로 5억원을 빌리려면 연 소득이 8000만원은 돼야 하지만 기간을 50년으로 늘리면 연봉 6900만원 직장인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총이자액은 4억7000만원에서 8억6000만원으로 증가한다. 같은 5억원을 빌리더라도 4억원가량을 더 갚아야 한다.

전문가는 과거와 같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은 낮으므로 조급함을 내려놔도 된다고 조언한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 연구원은 “상환 능력을 기반으로 한 DSR 규제는 유지될 필요가 있다”면서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은 MZ세대는 눈높이에 맞는 주택을 우선 구매한 뒤 생애 주기에 맞춰 ‘갈아타기’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