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16일 오후 고 전두환 대통령 부인 이순자씨를 예방했다. 김 여사는 지난 14일엔 국민의힘 4선 이상 중진의원들 부인 11명과 오찬을 가지는 등 정계 인사들의 배우자들과 폭넓은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실 청사에서 취재진들을 만나 “오늘 오후 3시쯤 김 여사가 이순자 여사의 연희동 자택을 찾아 예방했다”며 “전직 대통령 부인을 찾아뵙고 조언을 듣겠다고 한 게 원래 생각했던 계획이었다”고 전했다.
김 여사는 오후 2시 55분 이 여사 자택으로 들어간 후 오후 4시 27분에 나왔다.
대통령실 차원의 공지는 없었으나 이날 한 매체 보도로 예방 사실이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오늘 이 여사 예방은 봉하 때와 마찬가지로 비공개로 조용히 다녀올 계획이었다. 알리지 않고 수행 인원도 최소화해서 준비했는데 본의 아니게 알려지게 됐다. 당초 의도는 조용히 찾아뵙는 거였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 여사는 지난 1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당시 수행원에 김 여사의 지인이자 코바나컨텐츠 전직 직원들이 동행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번 이 여사 예방에는 대통령실 직원 1명을 대동했다. 김 여사는 대통령실과 예방 일정을 상의했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이 여사 자택으로 들어갔다. 예방 이후에도 김 여사에게 취재진들은 ‘무슨 이야기를 나눴나’ ‘양산은 언제 방문할 예정인가’ ‘수행 인원을 줄인 이유가 뭔가’ 등을 물었으나 김 여사는 답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5·18에 대해 제대로 사과하지 않은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을 만나는건 부적절하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전직 대통령 부인들을 만나는 건 대통령 부부의 국가적 예의를 지키는 차원”이라고 답했다.
‘앞으로 다른 대통령 부인 방문도 다 비공개로 할 예정인가’라는 질문엔 “전부다. 원래 비공개로 만나왔고 비공개로 만나다가 여러분(취재진)이 공개 요구해서 공개했고 다시 또 비공개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정숙 여사 예방에 대해선 “비공개로 만날 거라 진행 상황에 대해 말씀드리는 게 맞지 않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실은 이날 김 여사와 지난 14일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여당 중진의원 부인들과 상견례를 한 사실도 전했다. 이 만남도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대통령실이 사후 브리핑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번 모임은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의 부인이 “대선 때 많은 의원이 고생했는데 먼저 중진 의원들 부인들을 초청해서 인사하는 자리를 갖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김 여사는 이 자리에서 지난 대통령 선거와 지방 선거를 치른 노고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고 한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진의원 부인들이 선거 때 고생도 많이 하시고 했으니 감사도 표시하고 격려도 표시하면서 한 번 뵙자(고 한 것)”라고 말했다.
그는 “(김 여사가) 굉장히 예의를 갖춰서 얘기했다”며 “중진의원 부인들이 나이가 많으니 ‘사모님’ 했다가 ‘언니들’ 했다가 (하는 등 분위기가) 참 좋았고, (김 여사가) 솔직하고 소탈하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