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의 3번 갱도 정비를 완료한 데 이어 4번 갱도에서도 작업을 진행하는 정황이 처음 포착됐다. 깊이가 700~800m로 추정되는 4번 갱도는 3번 갱도보다 두 배가량 깊어 전술핵뿐 아니라 전략핵 실험도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14일(현지시간) 촬영된 위성 사진을 근거로 풍계리 핵실험장 4번 갱도에서 ‘새 건설 활동’이 관측된다고 15일 밝혔다. CSIS 보고서에 따르면 약 4개월 전부터 시작된 3번 갱도의 정비 작업이 완전히 종료됐고, 4번 갱도 입구 근처에도 옹벽이 세워지고 공사 자재가 새로 관측됐다.
북한은 2018년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했으나 당시 갱도 내부까지 파괴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풍계리 핵실험장에는 모두 4개의 갱도가 있고, 3·4번 갱도에서는 핵실험이 진행된 바가 없다.
4번 갱도 작업 움직임을 두고 전문가들은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연쇄 핵실험을 계획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통상 핵실험을 마무리한 뒤 다음 실험을 위해 새 갱도 정비에 착수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처럼 이례적으로 복수의 갱도를 동시에 세팅하는 건 결국 연쇄 실험 목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북한의 의도적인 속임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미 당국의 판단과 대응에 혼선을 주기 위해 4번 갱도로 시선을 분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분석이 맞을 경우 북한은 자신들의 일정에 맞춰 3번 갱도에서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다.
새 갱도 활동 정황이 오히려 핵실험 연기 신호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핵실험을 하면 충격파로 인해 인근 갱도도 훼손될 수밖에 없어 3번 갱도 인근에 있는 4번 갱도를 미리 정비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이유에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새 갱도에 또 작업을 시작한다는 것은 당장 핵실험 계획이 없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4번 갱도 동향에 대해 강한 비로 유실됐던 도로를 복구하는 활동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