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살세툰] ‘99세’ 6·25 참전용사의 찐 이웃사랑

입력 2022-06-19 00:06
어느덧 올해의 반인 6월의 중순이 지났습니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죠. 오늘의 아살세툰은 우리가 자유와 평화를 누릴 수 있도록 애쓴 참전용사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년 전, 고령의 부부가 지팡이를 짚고 서귀포 시청을 찾아왔습니다. 이들이 시청을 찾은 것은 코로나19 성금을 기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주관섭(당시 99세) 할아버지와 백영순(당시 80세) 할머니 부부가 이날 서귀포시에 기부한 금액은 2000만 원입니다. 이 금액은 부부가 받은 국가유공자 수당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급여 등을 오랫동안 모아온 것이었습니다.

두 분은 코로나 사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뒤 자신들도 기부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사실 부부의 생활도 그리 넉넉하진 않습니다.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생활하는 두 분은 유공자 수당과 생활비 지원금으로 빠듯하게 생계를 이어갑니다.

주 할아버지는 “그동안 나라에 도움만 받고 살아왔다”며 “코로나19 사태로 힘들어하는 취약 계층을 보면서 내가 받은 사랑을 되돌려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백 할머니는 “옷 한 벌 사 입을 형편도 못 되지만 그동안 알뜰하게 저축한 돈을 필요한 곳에 쓸 수 있게 돼 너무 행복하다”며 웃었습니다.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을 돕고 싶다”는 부부의 선행은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3월엔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400만 원을, 서귀포시 동홍동 노인회엔 100만 원을 기부하며 이웃사랑을 실천해 왔죠.

부부가 기부한 성금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귀포시 취약계층을 위해 사용되었습니다. 양윤경 서귀포시장은 “고령에 경제적 형편도 어려우신데 이웃사랑을 실천하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며 “어르신의 선행이 널리 알려져 더불어 사는 사회의 본보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함경남도가 고향인 주 할아버지는 6·25 때 남쪽으로 내려왔습니다. 이후 나라를 지키겠다는 신념으로 국군으로 참전했죠. 서울에서 백 할머니를 만나 결혼해 살다 30여 년 전 제주로 왔습니다. 젊은 날엔 나라를 위해 싸우고 오늘날엔 이웃사랑을 실천한 두 분의 삶이 아름답습니다.

일주일 뒤면 6·25전쟁 72주년입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주 할아버지를 비롯한 많은 이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죠. 나라를 위해 싸웠던 이들의 애국정신을 기억하겠습니다.
서귀포시 제공

글·그림=이유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