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8년 만에 기준금리를 0.75% 포인트 올리면서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 폭도 커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한·미 기준금리 차는 기존 0.75∼1% 포인트에서 0∼0.25% 포인트로 줄었다. 미국과의 금리 차가 크게 좁혀지거나 역전될 경우에는 외국인의 국내 투자금이 급격하게 빠져나가면서 증시와 채권 시장은 크게 휘청거릴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이 금리를 한꺼번에 크게 올릴 경우엔 경기 둔화를 초래할 수 있다. 또 기준금리 인상은 가계대출 이자 부담을 크게 늘릴 수 있는 데다 기업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은은 현재 가파르게 상승하는 물가를 잡는 게 가장 급하다고 보고 있다. 한은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올리는 빅스텝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는 각각 연 1.75%, 1.50∼1.75%이다. 사실상 금리 차 제로인 상황을 고려하면 한은의 빅스텝은 선택 아닌 강제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만약 한은이 다음 달 14일 빅스텝을 단행하면 다시 미국과의 금리 차를 0.5~0.75% 포인트 벌릴 수 있다. 그런데 다음 달 26~27일(현지시간) 열리는 FOMC 정례회의에서 미 연준이 또다시 자이언트스텝을 밟으면 금리 차는 다시 사라지게 된다.
거꾸로 다음 달 한은이 0.25% 포인트 인상에 그친 뒤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 한·미 금리 차는 역전된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1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다음 회의에서 0.5% 포인트 또는 0.75% 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가장 높다”면서 다음 달 자이언트스텝을 또 단행할 가능성을 열어 놨다.
한은은 신중한 스탠스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 후 빅스텝 가능성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다음 금통위 회의(7월 14일)까지 3∼4주 남아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 그사이 나타난 시장 반응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총재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3.4%로 예상되는데, 우리보다 금리 인상 속도가 빠른 게 사실”이라면서도 “금리 격차 자체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이런 상황에서 외환·채권시장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