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오늘] “범인, 넌 누구냐” 한국 3대 미제사건

입력 2022-06-19 00:05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E.H. 카(Edward Hallett Carr)

대한민국 3대 미제사건이 있다. 최근 재조명된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과 ‘이형호 군 유괴 살인사건’,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이다.

1991년 대구에서 발생한 '개구리소년 실종사건' 당시 아이들을 찾기 위한 운동이 벌어지던 모습. 연합뉴스

지난 1일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의 범인과 범행 도구를 알고 있다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서 확산됐다. 작성자 A씨는 “피해자의 두개골 손상 흔적을 본 순간 범행 도구가 버니어 캘리퍼스임을 알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미 20년 전 조사가 진행돼 근거가 희박하다고 판단했다”며 주장을 일축했다.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은 파고들수록 의문 투성이다. 1991년 3월 26일 대구 달서구에 살던 초등학생 5명이 도롱뇽 알을 주우러 간다며 집을 나섰다가 실종됐다. 아이들이 개구리를 잡으러 간 것으로 와전되면서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으로 불렸다.

대구지방경찰청이 4년 전 실종된 개구리 소년들의 성장한 모습을 컴퓨터로 작성해 배포한 사진. 연합뉴스

사라진 아이들은 김영규(11세), 김종식(9세), 박찬인(10세), 우철원(13세), 조호연(12세) 5명이었다. 1992년 <개구리 소년>이라는 영화가 제작되고 KBS ‘사건 25시’,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방영되면서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다.

정부는 아이들을 찾기 위해 약 35만 명의 수사 인력을 투입했다. 700만 장의 전단이 전국에 뿌려졌고 기업들은 담뱃갑과 상품에 실종 어린이들 사진을 인쇄하는 방식으로 수색 작업에 동참했다. 그러나 아이들의 행방은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아이들은 11년 만인 2002년 9월 26일 와룡산 중턱에서 도토리를 줍던 민간인에 의해 백골로 발견됐다.

사건이 재조명된 배경에는 과거 검찰 수사를 불신하는 분위기가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경찰은 아이들이 와룡산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유골들이 서로 뒤엉켜 있었고, 옷을 얼굴에 덮어놓은 채 사망했다는 이유였다. 법의학자의 도움 없이 독단적으로 작업을 진행해 현장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경북대학교 법의학팀은 유골 감정을 통해 ‘명백한 타살’로 결론지었다. 그러나 끝내 범인을 찾지 못하고 2006년 3월 25일 공소시효가 만료되면서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또 다른 미제사건인 ‘이형호 군 유괴 살인사건’은 2007년 <그놈 목소리>라는 영화로 방영됐다. 1991년 1월 29일 오후 5시경 강남 압구정 현대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던 이형호 군이 유괴됐다. 그날 밤 범인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서초 경찰서 형사인데 거기 있는 형사들 좀 바꿔주세요”

주변에 경찰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범인의 치밀함이었다. 이후 범인은 이 군의 부모에게 특정 장소로 몸값 7000만 원을 준비해 오라고 요구했다. 44일 동안 60여 통의 전화와 10여 차례의 메모지를 통해 접선 장소를 수시로 바꾸며 경찰을 따돌렸다.

그러나 이 군을 돌려보낼 테니 돈을 준비하라는 납치범의 말은 거짓이었다. 이 군은 43일 만에 눈, 귀, 입, 손발이 묶인 채 한강 둔치의 배수로에서 발견됐다. 조사 결과 이 군은 납치 직후에 살해된 것으로 밝혀졌다.

범인은 서울·경기 출신의 30대 전후 남성으로 추정됐다. 경찰은 사건을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28만 장의 전단과 음성 테이프 1000개를 제작해 전국에 배포했지만 범인을 잡지 못했다. 결국 2006년 1월 29일 공소시효가 만료되면서 미제사건으로 남게 됐다.

tvN ‘알쓸범잡’ 캡처

마지막 미제사건은 1986~91년에 발생한 ‘이춘재 연쇄 살인사건(화성 연쇄 살인사건)’이다. 경기도 화성시에서 13~71세 여성 10명이 강간·살해당한 사건으로 대한민국 강력범죄 사상 최악의 장기 미제사건으로 불렸다.

그러던 중 유전자 검사를 통해 2019년 9월 무기수로 복역하던 이춘재가 범인으로 지목되면서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DNA 증거가 확보되자 이춘재는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며 범행을 자백했다. 2020년 7월 2일 이춘재가 저지른 14건의 살인과 9건의 강간 범죄를 수사한 결과가 발표되면서 사건이 종결됐다.

세 사건 모두 1980-90년대에 발생했으며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살인죄와 강간치사죄 공소시효에 대한 논란은 오랫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 결과 2007년 12월 21일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15년에서 25년으로 연장됐다. 이어 2015년 7월 24일 ‘태완이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완전히 폐지됐다.

빠르게 발전한 과학 수사 기법도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됐다. 사건 발생 당시에는 검출할 수 없었던 범인의 DNA를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2000년대 이후 많은 미제사건이 해결됐다.

2019년 경찰은 남은 미제사건인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과 ‘이형호 군 유괴 살인사건’ 재수사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두 사건 모두 2006년 공소시효가 만료됐지만 과거에 들어왔던 제보와 당시 증거물품, 수사기록 등을 재확인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각각 대구경찰청 중요미제사건전담수사팀과 서울지방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배규빈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