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과 같은 혈액암으로 다른 사람의 조혈모세포(골수) 이식 치료를 받은 환자는 건강한 사람에 비해 고형 장기에 2차성 암이 발병할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조혈모세포이식 치료와 암 발병 상관성을 조사한 국내 첫 대규모 연구다.
혈액암 완치법으로 알려진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환자라도 국가 암검진 등 건강검진을 적극 활용해 혈액질환 외 다른 장기에 암이 생기지는 않는지 점검하고 예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가톨릭혈액병원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2002년 1월~2018년 12월 국내에서 혈액질환으로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을 받은 5177명과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지 않은 건강한 일반인 5177명을 추출한 다음, 조혈모세포 이식 치료 후 기존 혈액질환 외 다른 고형암의 발생률을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을 받은 환자는 일반군에 비해 고형암 발생 위험이 약 1.7배 높았다. 암종별로는 위암 위험이 3.7배로 가장 크고 두경부암 부인암 갑상샘암 대장암이 각각 3.2배, 2.7배, 2.1배, 2배 높았다.
조혈모세포이식은 백혈병, 악성 림프종, 다발성 골수종 등 혈액암 환자에게 고용량 항암화학 요법 혹은 전신 방사선 조사를 통해 암세포를 제거한 뒤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이식해줌으로써 혈액암을 사멸시키는 가장 상용화된 세포치료법이다.
특히 부모나 타인 등 다른 사람의 골수에서 뽑은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은 혈액암에서 완치적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혈액내과 박성수 교수는 16일 “국외에서는 이미 확인되고 있는 조혈모세포이식 치료 후 이차성 암 발병의 위험을 국내 빅데이터로 처음 확인하게 된 만큼, 조혈모세포이식 치료를 받은 환자는 국가 암검진 등 건강검진을 적극 활용하여 혈액질환 외 발생할 수 있는 악성 종양도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제 혈액병원장은 “혈액암을 치료하기 위한 조혈모세포 이식, 카티(CAR-T)를 포함한 세포면역 치료는 예기치 않은 전신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어 이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면서 “혈액질환의 악화에 국한한 관리뿐 아닌 환자의 전반적 건강관리를 제공하는 다학제 진료 시스템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암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Cancer) 최신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