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인 줄 모르고 하루 재웠다 ‘옥살이’…48년만 보상

입력 2022-06-16 11:47
국민일보 DB

간첩을 도운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수십 년 뒤에야 재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피해자 유족이 4억여원의 형사보상금을 받게 됐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 11-1부(송혜정 황의동 김대현 부장판사)는 피해자 A씨 유족의 청구를 받아들여 “국가는 형사보상으로 4억 635만 2000원, 비용 보상으로 8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1960년 11월 B씨가 간첩인지 모르는 상태로 하룻밤 숙식을 제공했다. 이후 A씨는 B씨가 간첩인 걸 알게 됐지만, 이듬해 본인과 지인의 부탁으로 B씨가 북한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자전거에 태워 해안으로 데려가는 등 도움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A씨는 1975년 간첩방조죄 등으로 징역 3년 6개월 형을 확정받고 복역했다.

A씨의 유족은 그러나 지난해 “B씨가 간첩인 줄 모르고 한 행위이거나 그의 귀한을 도운 것에 불과해 간첩 활동을 도운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재판부는 “A씨가 B씨에게 숙식을 제공하거나 북한 복귀를 도운 적이 있더라도, 국가기밀 탐지·수집행위와 같은 간첩 활동을 직접 용이하게 하는 행위를 했다고 볼 만한 정황이 없다”며 유족 측 청구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과거 A씨가 수사기관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한 것에 대해서도 “내무부 수사관에 의해 불법체포·감금되어 정신적으로 강압된 상태에서 진술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 “범죄사실 증명이 없다”면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이대로 확정됐다.

김민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