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선행 韓금리, 美 ‘거인의 발걸음’에 따라잡혔다

입력 2022-06-16 11:35 수정 2022-06-16 11:41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연준 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결정한 기준금리를 발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자이언트스텝’(75bp 금리 인상)이 한국은행의 사상 첫 ‘빅스텝’(50bp 금리 인상)을 부추길까.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6월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 포인트 인상했다. 이로 인해 한국의 기준금리는 미국에 사실상 따라잡혔다. 미국에 선행했던 한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앞으로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준은 16일(한국시간) 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0.75% 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앞서 연준은 지난 3월 FOMC 회의에서 2018년 12월 이후 3년3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시행했다. 당시 적용된 인상률은 0.25% 포인트였다. 지난달 FOMC 회의에선 2000년 이후 22년 만에 ‘빅스텝’을 밟았다. 이날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높였다.

FOMC 회의는 45일 간격으로 매년 8차례 열린다. 그중 올해 두 번째인 지난 3월부터 세 차례 회의에서 매번 기준금리 인상률을 0.25% 포인트씩 상향했다. 금리 인상 속도를 높여야 할 만큼 인플레이션 억제가 쉽지 않은 탓이다. 미국 노동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5월 CPI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8.6%로 1981년 12월 이후 41년 만에 최고치를 가리켰다.

미국의 현행 기준금리는 이제 1.50~1.75% 수준으로 올라갔다. 한국의 기준금리인 1.75%와 0~0.25% 포인트 간격으로 좁혀졌다. 최대치만 놓고 보면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간격은 사실상 사라졌다.

한은의 금리 인상은 연준보다 빨랐다. 한은은 지난해 8월 26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존 0.5%였던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했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한 지난 3월보다 7개월이나 선행한 셈이다. 한은은 그 이후 지난달 26일까지 모두 7차례 금통위에서 금리를 5차례 0.25% 포인트씩 인상했다.

한은의 이런 선행 조치는 물가 상승 및 자금 해외 유출을 억제하고 원화 가치의 급락을 막기 위해 이뤄졌다. 하지만 연준이 ‘빅스텝’에 이어 ‘자이언트스텝’까지 단행하면서 금리 인상 가속에 대한 한은의 고민은 깊어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오는 7월에도 ‘빅스텝’ 혹은 ‘자이언트스텝’ 시행 가능성을 예고했다. 한은이 오는 7월 13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앞선 비율처럼 0.25% 포인트 인상하거나 동결할 경우 한·미 간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금융가에선 한은의 사상 첫 ‘빅스텝’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는 지난 15일 보고서에서 “한은이 7월 ‘빅스텝’을 단행한 뒤 8·10·11월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씩 추가 인상할 수 있다”며 “한은의 연말 기준금리는 3.0%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금리 인상에 대해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9일 “‘빅스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지만, 지금은 0.25% 포인트씩 올리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