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법’ 첫 적용 40대 계모, 항소 기각…징역 30년

입력 2022-06-15 20:09
국민일보 DB

아동학대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 ‘정인이법’이 처음 적용된 40대 계모의 항소가 기각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15일 부산고등법원 창원 형사 1부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 살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42·여성) 항소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한 1심을 유지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22일 경남 남해 한 아파트에서 의붓딸 B양을 2시간 동안 폭행해 숨지게 했다.

조사 결과 사건 당일 오전 A씨는 남편과 이혼 서류를 접수했고, 오후엔 통화로 자녀 양육 문제를 놓고 다퉜다. A씨는 이후 간식을 먹지 않고 공부를 하지 않는 딸의 모습에 분노해 폭력을 휘두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집안 부엌과 거실 등에서 폭언과 함께 주먹과 발로 머리와 복부를 강하게 때리고, 양손으로 밀치며 화장실 변기에 B양의 머리를 부딪치게 하는 등 폭행했다.

당시 B양의 두 남동생이 지켜보고 있었지만, 폭행은 계속됐다. A씨의 폭행은 B양이 숨을 가쁘게 쉬고 몸이 축 늘어지는 것을 본 뒤에야 끝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딸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느꼈지만, 방에 들어가 쉬라고 할 뿐 119 신고나 병원 이동 등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았다. 또 B양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상태였음에도 개의치 않고 집안일 등 다른 일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B양이 호전되지 않자 A씨는 별거 중인 남편에게 연락했다. 남편은 다음날 새벽 2시 30분 현장에 도착했고, 부부는 새벽 4시 16분에야 119에 신고했다. 남편은 경찰 조사에 “이미 아이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고 진술했다.

경찰 수사 결과 A씨의 폭행은 일회성이 아니었다. 지난해 3월 남편과 별거 이후 B양을 지속적으로 폭행했고 B양의 상태는 점차 쇠약해져 간 것으로 드러났다. 국과수는 구두소견을 통해 경찰에 “외부 충격에 의한 장기 손상이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를 종합해 상습학대와 함께 살해의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해 A씨에게 아동학대 살해죄를 적용했다.

검찰은 A씨에게 지난해 2월 아동학대범죄처벌 특례법 개정안인 ‘정인이법’을 처음으로 적용해 구속기소 했다. 정인이법은 아동학대 살해의 경우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A씨는 항소심에서 “의붓딸이 한 달 전부터 병원 진찰을 받으며 특별한 병이 있다는 진단이 없어 장이 파열된 상태인지 인식하지 못했다”며 “살해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폭행의 부위와 반복성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가 거듭된 학대로 쇠약해져 방어할 능력이 없었음에도 생명 유지에 중요한 복부를 강하게 밟아 A씨는 자신의 행위로 의붓딸이 사망할 결과를 인식했다”며 “미필적 고의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항소를 기각했다.

앞서 지난 1월 1심 재판부도 “남편에 대한 분노로 아동을 학대하고 분노 해소를 위해 가혹 행위를 했다”며 “장기가 손상돼 배가 부풀어 오르는데도 학대 살해한 것은 우발적이거나 일회성이 아닌 죄질이 극도로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징역 30년과 40시간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아동 관련 기관 10년 취업제한 등을 선고했다.

이찬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