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심 쓰레기로 가득 찬 아파트에서 고양이 13마리가 질병과 굶주림에 방치된 채로 발견됐다. 동물권단체는 지방자치단체의 구호 조치 등을 요구했으나 고양이들을 도울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동물보호협회 위드에 따르면 단체는 최근 광주 남구 한 주택에서 고양이들이 오물과 쓰레기가 뒤섞인 공간에 살고 있다는 제보를 접수받았다.
33㎡(10평) 남짓한 아파트에는 고양이들이 밥과 물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방치돼 있었다. 집안은 오물과 곰팡이로 뒤섞여 비위생적이었으며, 먹이와 물 등 고양이를 돌본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길고양이를 데려다 키운 A씨는 해당 아파트의 주인과 가족 관계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현재 해당 아파트에 거주하지 않고 있으며, 고양이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동물단체의 현장 점검 이후 고양이 보호책임을 포기했다는 의사를 밝힌 뒤 고양이들의 거처가 정해지지 않으면 방사하겠다고 주장했다.
위드와 담당 지자체는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A씨를 수사기관에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동물단체는 고양이를 보호소로 옮기는 방법을 검토했지만, 광주시 동물보호소는 현재 200마리 이상을 보호하고 있어 이미 포화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위드와 연계한 광주 캣맘협의회는 방치된 고양이들에게 도움을 줄 방법을 찾고 있으나 소유권 이전 없이는 어렵다고 호소했다. 광주시캣맘협의회 최정순 대표는 15일 “지자체가 방치되거나 학대받는 동물의 구호를 민간단체에게 미뤄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동물단체 역시 피부병과 영양실조 등을 앓는 고양이의 치료비, 보호 공간 등 지자체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관할 지자체인 광주 남구는 유기동물을 대상으로 중성화 수술 등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이 고양이들에 대한 예산 확보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남구는 “지자체는 유기동물에 대한 중성화만 담당하고 있다”며 “길고양이에 대한 소유 주체가 명확하지 않아 당장 구호 조치를 하기 애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애니멀호더’(동물을 병적으로 수집하는 사람)에 의해 방치된 반려동물 구조 사례가 최근 계속되고 있다.
앞서 지난 4월엔 서울 도봉구의 10평 지하방에서 고양이 40마리를 키우던 보호자가 동사무소에 도움을 요청한 사례가 있었다.
또 지난 1월에는 고양이보호단체 ‘나비야사랑해’가 서울 동대문구의 5평짜리 원룸에서 고양이 32마리를 구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고양이들은 좁은 옷장과 서랍 안에 몸을 숨기며 지내고 있었으며, 집안은 쓰레기와 고양이 배설물 투성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