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인사를 겨눈 검찰 수사가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시발점으로 청와대 윗선과 현 야당으로 사정권을 넓힐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검찰 안팎에선 2019년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 당시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던 청와대와 정부부처 간 연결선이 이번 산업부 수사를 통해 드러날지 주목한다.
현재 검찰은 산업부 외에도 다수 부처의 블랙리스트 의혹을 함께 살펴보고 있어 지난 집권층 전반을 향한 사정 바람이 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블랙리스트 수사를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며 강력 반발했다.
서울동부지검 기업·노동범죄 전담부(부장검사 최형원)는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과 동시에 지난 정부 청와대에서 인사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낸 박상혁 민주당 의원에 대한 직접 조사 준비에도 들어갔다.
백 전 장관은 2017~2018년 산업부 산하 기관장 13명의 사직서를 받아내도록 지시하고, 2018년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공모 과정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비서실 정무수석을 지낸 황창화 현 공사 사장에게 면접 예상질의서와 답안지를 전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산하 기관 임원들에 대한 사퇴 압박과 채용 비리가 함께 이뤄졌던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유사한 구조라는 게 검찰 시각이다.
검찰은 아직 백 전 장관 채용 비리 관련 혐의는 황 사장 사건 하나로 특정했지만, 추가 채용 특혜 여부를 계속 규명할 방침이다. 이런 차원에서 경제 부처 인사 업무를 담당했던 박 의원 조사를 통해 청와대와 산업부 간 조율 내용을 확인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검찰 수사는 문재인정부 청와대 내부로 더 깊숙이 들어가는 데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으로 있으면서 산하 기관장 인사 업무를 총괄했던 박원주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조현옥 전 인사수석 등에 대한 조사도 예고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에도 여러 건의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가 맡겨져 있다. 반부패·강력수사2부는 최근 외교부 교육부 농림축산식품부 등의 산하 공공기관 블랙리스트 의혹 관련 고발 사건을 배당받아 본격 수사 착수 타이밍을 보고 있다. 정현백 전 여가부 장관과 농식품부 장관 출신 김영록 전남지사 등이 고발 대상에 포함됐다. 서울동부지검에 고발된 국무총리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일부 교육부 블랙리스트 의혹에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홍남기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피고발인으로 이름이 올랐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박 의원 수사 관련 언론보도를 언급하며 “모두의 예상대로 윤석열 정권이 최측근 한동훈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해 보복 수사를 개시했다”고 비판했다. 우 위원장은 “이런 정치 보복 수사는 반드시 실패하고 정권의 몰락을 가져온다”며 “민주당은 대응기구를 만들어 정치 보복 수사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또 “윗선은 어디까지고 책임은 누가 지나. 인사에 관한 문제에서 (검찰 수사가)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안 간다는 보장이 있느냐”고 따졌다.
양민철 안규영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