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처럼 될것”… 민주당 토론회서 ‘이재명 책임론’

입력 2022-06-15 18:4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오전 국회로 출근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에서 대선·지방선거 연패와 관련해 ‘이재명 책임론’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졌다. 이재명 의원 개인의 도덕성 문제와 명분 없는 보궐선거 출마가 선거 패배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이 의원이 당권을 쥘 경우 차기 대선에서도 패배할 수 있다며 오는 8월 전당대회에 이 의원이 불출마해야 한다는 요구도 터져 나왔다.

민주당 내 진보·개혁 세력 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가 15일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서는 이재명 책임론이 내내 이어졌다. 김기식 더미래 연구소장은 “어려운 상황에서 치러진 대선이지만 (문재인정부 심판) 구도를 극복하지 못한 (이재명) 후보의 책임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명 독주 체제’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김 소장은 “이재명 후보 한 명이 4년 내내 (당을) 끌고 가 다음 대선을 치른다면, 과거 제왕적 총재로 군림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패배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와 재선 그룹이 주최한 선거평가 토론회에서도 이 의원을 겨냥한 책임론이 분출했다. 친문재인계 재선 신동근 의원은 대선 패배 후 이 의원 지지자들의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주장을 두고 “(민주당이) 반성도 자성도 없는 이상한 세력으로 비칠 수밖에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신 의원은 문재인정부를 두고도 “어쨌든 정권을 빼앗겼으니 실패한 정부”라고 규정했다.

친이재명계 재선 김병욱 의원은 선거 패배의 책임을 당으로 돌렸다. 김 의원은 “대선을 지고서 강성 당원 요구가 많이 반영돼 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밀어붙이게 됐다”며 “국회의원 선거가 두 달 남아 있었다면 검수완박을 강행했겠나”라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또 “지방선거에서 지자마자 갑자기 특정 후보 책임론이 나왔다”며 “후보이니 책임지라는 것은 과도한 정치 공세”라고 주장했다.

친명계 임종성 의원도 “누구를 탓하거나 잘했다고 평가하기보다는 민주당이 민생 정당으로 나가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전해철 의원. 연합뉴스

‘더민초’는 사실상 이재명 의원과 친문계 전해철·홍영표 의원의 전당대회 불출마를 요구했다. 더민초 운영위원장인 고영인 의원은 비공개 토론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연이은 패배에 책임 있는 분들과 계파 갈등을 유발하는 분들은 이번 전당대회에 참여하지 않는 게 좋다는 의견이 모였다”고 밝혔다.

전해철 의원은 ‘3자 동반 불출마론’에 열린 태도를 보였다. 전 의원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책임질 분들이 책임지는 분위기가 된다면, 저 역시 반드시 출마를 고집해야 되냐는 부분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친명계는 “친문계가 물귀신 작전을 펼치려는 것”이라며 불출마론에 선을 그었다.

이재명 의원은 자신을 겨냥한 책임론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국회 입성 후 처음으로 현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북한이 방사포를 쏜 지난 12일 김건희 여사와 함께 영화를 관람한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 의원은 “안보 최고책임자가 (북한의 도발에 대해) 보고받지 못했다면 국기 문란이고, 보고받았다면 대통령의 안보 의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오주환 김승연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