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Ⅱ)의 2차 발사 예정 하루 전날인 15일 센서 이상이 발견돼 발사가 취소됐다. 발사대 고정까지 마쳤던 누리호는 발사 준비 작업을 중단하고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체종합조립동으로 옮겨졌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문제 부위와 원인을 파악한 뒤 새 발사 일정을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와 항우연은 이날 오후 긴급브리핑을 열고 “누리호 발사 전 점검을 실시하던 중 센서 이상이 발견됨에 따라 발사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항우연은 누리호를 발사대로 옮겨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세우는 기립작업까지 마치고 각 단계별로 센서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1단부 산화제탱크의 레벨 센서 신호 이상을 발견했다. 레벨 센서는 산화제탱크 내의 산화제 충전 수위를 측정하는 센서다.
항우연은 누리호가 서 있는 상태에서 발사체에 접근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작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누리호를 다시 조립동으로 옮겨 점검하기로 결정했다. 16일로 예정됐던 2차 발사 일정도 다시 연기됐다. 누리호 발사 예비일은 오는 23일까지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현재 상태로는 발사 준비 진행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원인을 규명하고 문제 부위에 대해 보완하는 등 모든 확인을 거친 뒤 발사 일정을 다시 잡겠다”고 밝혔다. 항우연은 이날 센서 이상이 어떤 부위에서 어떻게 발생했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고 본부장은 “센서와 케이블 등이 연관된 전기적인 문제”라며 “센서 이상으로 산화제 충전 양이 정확히 계측이 안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누리호 발사 작업은 순조로웠다. 누리호는 오전 7시20분쯤 무인특수이동차량에 실린 채 발사체종합조립동을 출발해 오전 8시30분쯤 발사대에 도착했다. 이후 오전 11시30분쯤 발사대에 고정해 수직으로 세우는 작업이 완료됐다. 탑재된 각종 장비에 대한 최종 점검은 이날 오후 7시 이전에 완료될 예정이었으나 예기치 못한 센서 이상으로 추가 작업이 진행되지 못했다.
앞서 누리호 2차 발사는 본래 15일로 계획됐지만 강한 바람이 불면서 16일로 연기됐었다. 2차 누리호 발사는 지난해 10월 21일 1차 발사 이후 8개월 만에 이루어진 ‘두번째 도전’이다. 2차 발사 누리호에는 1차 때와 달리 실제 위성이 탑재된다. 큐브위성 4기와 성능검증위성 1기 등 총 5기다.
1차 발사 당시 누리호는 1·2·3단 분리와 700㎞ 고도 도달까지 성공했다. 그러나 3단부 엔진이 예상보다 46초 빠르게 꺼지면서 위성모사체(더미위성)를 목표 궤도에 안착시키는 최종 목표 달성엔 실패했다. 항우연이 2개월간 실패 원인을 조사한 결과 비행 중 진동과 부력으로 3단부에 위치한 헬륨탱크가 이탈한 것으로 추정됐다. 떨어진 헬륨탱크가 움직이며 산화제 탱크에 균열이 생겼고, 산화제가 새면서 엔진이 예상보다 일찍 꺼졌다는 것이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