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 가격 담합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은 사료업체 11곳이 실제 담합을 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에 따라 당시 부과한 과징금도 취소됐다. 이번 판결이 향후 닭고기 담합 제재 건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와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하림지주와 하림홀딩스 등 4개사가 공정위의 시정·과징금납부명령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 상고심에서 사료업체들의 손을 들어준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공정위는 이들을 비롯한 11개사가 2006년 10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16차례에 걸쳐 가축 사료가격을 담합했다며 2015년 7월 시정명령과 함께 모두 773억3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었다. 각 사 대표자들이 수년간 골프장이나 식당 등에서 모여 가격 담합을 논의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자진신고로 과징금 27억3600만원을 감면받은 두산생물자원을 제외한 10개사는 공정위 조치에 반발하며 같은 해에 공정위 처분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공정위 처분 불복 소송은 서울고법·대법원 2심제로 진행된다.
이들 4개사에 앞서 대한사료 등 업체 4곳의 소송을 먼저 심리한 서울고법은 공정위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들이 대면·비대면으로 사료 판매 가격 등 정보를 공유한 것은 맞지만 사료 가격을 결정·변경하려는 명시적·묵시적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대법원도 서울고법 판단을 준용했다. 담합 행위로 지목된 회의에 11개사뿐만 아니라 사료 구매 수요자 등이 참석했다는 점에서 가격 인상 합의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번에 대법 판결이 나온 4개사 외에 6곳은 아직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번 판결이 최근 공정위에서 제재한 닭고기 담합 행위에 대한 법정 공방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공정위는 지난 3월 육계 신선육을 판매하는 16개 업체의 담합 행위에 대해 1758억2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여야 의원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해당 행위가 담합이 아니라 농식품부 가격안정 정책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행위라며 제재 조치 재고를 촉구한 바 있다. 해당 업체들 역시 농림축산식품부가 축산법에 따라 시행하는 수급 조절 정책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담합이 아니라며 소송전을 예고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삼계탕용 삼계는 소송에 돌입했고 육계는 현재 소송을 검토 중이다”고 전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