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임선혜 “뮤지컬은 제 음악인생에서 피크닉 같아요.”

입력 2022-06-15 17:23 수정 2022-06-16 09:05
소프라노 임선혜가 15일 서울 강남구 복합문화공간 오드포트에서 뮤지컬 앨범 ‘더 맨 아이 러브’(THE MAN I LOVE)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유니버설 뮤직 제공

“뮤지컬은 제 음악 인생에서 재밌는 피크닉(소풍) 같아요.”
‘고(古)음악의 디바’ 소프라노 임선혜(46)가 15일 서울 강남구 복합문화공간 오드포트에서 뮤지컬 앨범 ‘더 맨 아이 러브’(THE MAN I LOVE)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에서 솔로 음반을 제작하는 것은 처음이라 뜻깊고 설렌다. 많은 분이 들으면서 ‘성악가가 이걸 왜 했지’가 아니라 ‘이런 식으로도 해석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임선혜는 서울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독일 카를스루에 국립음악대학 최고연주자 과정을 졸업한 성악가다. 1999년 고음악의 거장 필립 헤레베헤에게 발탁됐으며 독일 베를린을 거점으로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윌리엄 크리스티, 파비오 비온디 등 고음악(바로크 시대 이전 음악)의 거장들과 자주 작업하며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지난 2015년 뮤지컬 ‘팬텀’에 출연하거나 2016년 SBS 드라마 ‘달의 연인’ OST에도 참여하는 등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저는 창(唱)이나 트로트 등 다방면의 음악을 좋아했지만, 성악을 시작한 이후 평생 이 길로만 가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러다 고음악(바로크 시대 이전 음악)에서 이름을 알리고 나서 이렇게 번외의 피크닉을 갈 기회가 생긴 것이 정말 행운입니다.”

임선혜는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로 뮤지컬에 출연했을 때 계속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하지만 당시 성악과 출신으로 뮤지컬 배우가 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흔들리는 마음을 접고 유학을 떠났다. 그러다가 2015년 뮤지컬 ‘팬텀’의 한국 초연을 앞두고 연출가 로버트 요한슨이 여주인공 크리스틴이 오페라 가수가 되는 역할인 만큼 성악가 캐스팅을 원하면서 임선혜에게 제안이 왔다.

“뉴욕에서 요한슨 연출가와 2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기회가 제게 다시 있을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클래식 가수의 인생에 변함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걸고 참여하게 됐어요. 앞으로도 제게 어울리는 뮤지컬의 역할이 온다면 다시 도전하고 싶어요.”

이번 앨범에는 ‘팬텀’에 나오는 넘버(노래) ‘내 고향’을 비롯해 레너드 번스타인의 뮤지컬 ‘피터 팬’ 속 ‘드림 위드 미’, 조지 거슈윈의 뮤지컬 ‘스트라이크 업 더 밴드’의 ‘더 맨 아이 러브’ 등 9곡이 담겼다. 바리톤 김기훈, 피아니스트 문재원, 클라리네티스트 김한, 플루티스트 조성현, 첼리스트 문태국, 뮤지컬 배우 에녹 등이 동참했다. 임선혜는 “성악가로서 긍지가 있기 때문에 번스타인과 거슈윈의 곡이 꼭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두 작곡가가 클래식과 뮤지컬을 잇는 다리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