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어려운 문제 풀라는 수학 시험이 수포자 양산”

입력 2022-06-15 11:45
국민일보DB

수학 기초학력에 미달한 고등학생 비율이 5년 새 최고치를 보인 가운데 그 원인이 고난도의 ‘문제풀이형’ 시험에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전국 학생·학부모·수학교사 8088명을 대상으로 지난 4월 1~15일 실시한 수학 평가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은 전국 중·고교 90개교에 재학 중인 학생 4738명과 학부모 3136명, 수학교사 194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중학생 74.2%와 고등학생 88.4%가 “학교 수학 시험이 수포자(수학 공부를 포기한 자) 발생에 영향을 준다”고 응답했다.

학생들은 ‘빨리빨리식 문제풀이’를 수포자 양산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중학생 65.8%와 고등학생 85.2%가 “학교 수학 시험이 제한된 시간 안에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것에만 몰두하게 만든다”고 응답했다. 시험이 수학적 사고를 키우기 위함이 아닌 문제풀이에만 집중하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원인으로 ‘고난이도의 시험문제’를 꼽았다. 중·고등학생 60.5%는 “수업에서 배운 내용보다 수학 시험 문제가 과도하게 어렵다”고 밝혔다. 수학교사 64.4%도 “변별 때문에 가르친 내용보다 어려운 내용을 수학 시험 문제로 출제한다”고 응답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이처럼 난이도 높은 문제풀이식 학교 시험이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몬다는 응답도 나왔다.

중·고등학생 85.9%와 학부모 90.7%는 “학교 시험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사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수학교사들의 절반 이상인 68.6%도 “사교육이 학교 시험을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조사를 진행한 단체와 강 의원은 “변별력 확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항 출제는 초등학생도 스스로를 수포자로 낙인찍고 학습에 대한 흥미를 잃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변별만을 목적으로 하는 학교 시험 및 입시 제도를 개선하고, 수업과 평가를 연계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평가기준에 대한 충분한 안내가 이뤄져야 한다”며 “공교육만으로도 충분히 학교시험 대비가 가능할 수 있도록 수학 책임 교육을 실천·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교육부는 학생들의 국·수·영 기초학력 미달율을 파악할 수 있는 지난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중3·고2만 실시)를 13일 발표했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로 살펴보면, 고2의 경우 모든 과목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201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초학력 미달은 2019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수학 과목의 비율이 14.2%로 가장 높았다.

황서량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