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학생의 선택권 확대를 위해 도입된 자율형사립고(자사고)가 존폐 위기를 겪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 등 인구 위기가 교육 제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구시교육청은 최근 대건고등학교가 신입생 모집 어려움 등을 이유로 자사고 지정 취소 신청을 했다고 15일 밝혔다.
대건고는 지난 2017학년도에 1.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후 2019학년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지정 취소 신청 최종 결과는 8월 중 나올 예정이다.
자사고는 교육 과정, 교원 인사, 학사 등을 학교가 자유롭게 운영하도록 한 학교다. 학교 운영을 잘 하면 그 결과로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늘어나는 구조다. 정부 주도의 획일화된 교육을 벗어나 다양한 교육 선택권을 학생들에게 주기 위해 도입됐다.
대구는 2010년 첫 인가 이후 4곳(경신고, 경일여고, 대건고, 계성고)이 자사고 지정을 받았다. 경신고와 경일여고가 각각 2017년과 2019년 자사고 지정이 취소됐다. 이번에 대건고까지 지정이 취소되면 계성고 1곳만 남는다.
교육계는 자사고가 지역에서 특히 유지가 어렵다고 진단했다. 자사고의 위기는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자사고 일반고 전환 정책과 학령인구 감소에서 비롯됐다. 특히 지역의 경우 인구 급감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가 더욱 가속화되는 추세라 자사고가 신입생을 유치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구조다. 무상교육 확산과 교육과정 개편으로 자사고 만의 차별화된 교육 이점이 약해지면서 학부모들이 학비 부담이 큰 자사고를 선호하지 않는 경향도 생겨났다.
일반고로 전환되면 별도의 모집 절차 없이 시교육청에서 희망 배정을 하기 때문에 학생 모집에 애를 먹지 않아도 된다.
대건고 관계자는 “지난 12년 동안 대구에서 중3 학생수가 43% 감소하는 등 학령인구가 감소해 지역에서 신입생 모집이 더 어려워 질 것”이라며 “전체 교직원의 약 97.9%, 전체 학부모의 약 68.6%가 설문조사에서 일반고 전환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