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권에 미운털 박힐라” 행안부 맞설 국가경찰위 자문단 표류

입력 2022-06-15 10:00

국가경찰위원회가 행정안전부의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의 경찰 통제 강화 논의에 맞대응 성격으로 자문단을 구성하겠다고 예고했지만 자문단 단장 인선 문제부터 난항을 겪는 것으로 확인됐다. 단장은 행안부 장관이 주도하는 경찰 개혁 논의의 대척점 역할을 하게 될 공산이 커 자문단 합류 자체가 정치적 부담이 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가경찰위는 전날 긴급회의를 소집해 자문단을 20~30여명 수준으로 늘려 ‘자문그룹화’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자문그룹에 합류하는 인사들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기존에는 경찰위원과 같은 규모인 7명으로 소규모 자문단을 꾸리려고 했다.

자문단을 확대한 이유는 오히려 선뜻 합류하겠다는 인사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논의를 주도할 자문단장도 먼저 선임하지 않고 대규모 자문그룹을 먼저 꾸린 뒤 그 안에서 호선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앞서 국가경찰위는 자문단장을 먼저 선임한 뒤 자문단을 구성하려고 했지만, 자문단장직을 제안받은 김정식 순천향대 교수가 이를 고사하면서 자문단 출범 자체가 일주일 넘게 표류하고 있는 상태다.

김 교수는 경찰 간부 출신으로 국가경찰위 상임위원으로 3년간 근무한 이력이 있다. 경찰 조직과 국가경찰위에 대한 이해가 높은 인물로 꼽혀 국가경찰위가 자문단장직을 제안했다. 하지만 단장직을 수락했던 김 교수는 행안부의 경찰 통제 논의를 두고 정치적인 논란이 커지자 결국 단장직을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경찰 관계자는 “실세 장관에 반기를 드는 형국이라 자문단에 이름을 올렸다가는 정권 내내 미운털이 박힐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가경찰위 위원들은 사회 각 분야의 권위 있는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자문그룹 합류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앞서 구성된 행안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의 인적 구성이 ‘친검’ 성향의 인사가 다수 참여하는 등 경찰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고 보고 이에 대응할 균형감 있는 인적 구성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행안부 자문위에는 경찰 추천 인사도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미 국가경찰위 위원들이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돼있어서 자문그룹을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에게 자문해 줄 ‘전문가의 전문가’를 찾아야 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현재 경찰위원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의 김호철 위원장을 비롯해 김연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응렬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등이 있다.

국가경찰위가 자문단 구성에 난항을 겪으며 국가경찰위 차원의 공식 대응은 행안부 자문위의 권고안이 공식적으로 발표된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경찰위 내부에서는 “국가경찰위 실질화와 행안부 장관의 통제 강화는 공존할 수 없는 얘기”라는 인식이 강하다. 행안부가 직접 통제를 강화하면 현재 경찰 주요 정책을 심의 의결하는 국가경찰위의 존재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이다.

한 국가경찰위 관계자는 “행안부 장관 사무에 치안을 추가하거나 경찰국을 신설하는 등 지금까지 알려진 행안부 자문위의 논의 내용을 보면 경찰 역사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떨어져 보인다”며 “경찰 역사를 보면 지금까지 정부 여당의 말을 너무 잘 들어서 문제였지, 안 들어서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행안부는 현재 자문위 논의 내용을 최종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조만간 이를 공식 발표할 방침이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