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나토회의 계기 ‘한미일’ 정상회담 개최 유력…‘한일’ 회담은 불투명

입력 2022-06-15 09:49 수정 2022-06-15 10:23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1일 오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 정상 최초로 참석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의 개최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3각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로 3각 공조 복원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다만 얼어붙은 한·일 관계를 풀기 위한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간의 양자 정상회담은 개최가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과 위안부 합의 문제 등으로 그간 감정의 골이 깊어진 데다, 다음 달 참의원 선거를 앞둔 일본 내부 사정이 복잡한 이유가 크다.

한 외교 소식통은 15일 “나토 정상회의 기간 한·미·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오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기시다 총리도 나토 정상회의에 초청됐고, 나토 주요 회원국인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도 참석한다. 한·미·일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3국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이번에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리면 문재인정부 초기인 2017년 9월 유엔총회 기간 회담 이후 4년9개월 만이다. 문재인정부 때 위안부 합의 파기와 강제징용 배상 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그동안 3국 정상회담도 열리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6월 영국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일본 측의 강경한 태도로 무산된 바 있다.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과거 동아시아 안보를 지탱하던 ‘한·미·일 3각 협력’의 복원이 본격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정상회담 공동 성명에서 “북한의 도전에 대응하고, 공동 안보와 번영을 수호하며, 공동의 가치를 지지하고,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강화하기 위한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제19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 중인 이종섭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11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가운데),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과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일 3국은 정상회담 개최에 앞서 국방 분야의 공조 강화를 약속했다. 3국 국방장관은 지난 11일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참석을 계기로 가진 회담에서 미사일 경보훈련과 탄도미사일 탐지·추적훈련 정상화 등 북한 미사일 대응 방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번에 한·일 정상회담이 열릴지는 불투명하다. 한·일 관계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 직전까지 양국 간 정상회담 개최를 놓고 협의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도 “일본 참의원 선거도 있어서 관련 얘기가 오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11일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와의 대화에 긍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마주할 것이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회담 예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기시다 총리가 다음 달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를 고려해 한·일 관계 개선에 당장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자국 여론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15일 오전 출근길에서 취재진이 이에 관해 묻자 “외교 문제가 정해지기 전에 확인해드리기 어렵고 확정된 건 없다”고 답했다.

한·미 정상회담은 불과 한 달 전에 열렸기 때문에 나토 정상회의 기간에는 개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