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하고 여자화장실서 셀카 찍은 교사 해임… 법원 “규정 잘못 적용”

입력 2022-06-14 20:10

여장(女裝)을 한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려고 여자화장실에 침입한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교사에게 교육청이 성폭력 관련 징계 규정을 근거로 해임 처분을 내린 것은 잘못됐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 교사의 행위를 성폭력이 아닌 ‘성 관련 비위’로 봤어야 한다는 취지다.

광주지법 행정1부(재판장 박현)는 A씨가 광주시교육감을 상대로 제기한 해임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교육연수 파견 중 한 대학의 여자화장실에 3차례 들어가 여장을 한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성적목적 다중 이용 장소 침입) 혐의로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에 A씨는 성적 목적은 없었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해 아직 심리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광주시교육청은 지난해 A씨를 해임했다.

A씨는 “단지 사진을 찍기 위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간 것으로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이 아니었으므로, 징계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징계사유가 있다 하더라도, 성폭력에 해당하는 징계 양정을 적용한 것은 재량권 일탈·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A씨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광주시교육청 징계위원회의 규정 적용이 잘못됐다는 점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자신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여장 상태로 여자화장실에 들어가 사진 찍어 인터넷에 게시한 사실은 교육공무원인 원고에 대한 품위유지의무 위반의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교육청 징계위가 품위위반 관련 규정 중 성폭력 관련 징계 규정을 적용해 해임 결정한 것은 사회 통념상 타당성을 잃은 결정이다. 성폭력이 아닌 기타 성 관련 비위 규정에 해당하는 파면에서 견책사이 징계를 내렸어야 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성적목적다중이용장소침입죄는 다중이용장소의 평온을 침해하고 타인의 성적자기 결정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형사 처벌이 되는 것이어서 다른 성폭력범죄와는 성격을 달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헌법재판소도 이 죄로 형을 선고받아 확정된 자에게도 일률적으로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에 10년간 취업 제한을 적용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과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의 취업 제한 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고 덧붙였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