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들 “당대표 해야 한다”는데…이재명, 침묵 속 장고

입력 2022-06-15 05:0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 첫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당권 도전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에서 이 의원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로 석패한 이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할 경우, 이변 없이 당선되리라는 것이 민주당 내 중론이다.

하지만 친문(친문재인) 진영을 중심으로 극렬한 반발이 예상되는 데다, 대표가 돼도 당의 혁신과 쇄신 작업의 ‘총대’를 메야 하기 때문에 이 의원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의원 측근 인사들에 따르면 이 의원은 현재 전대 출마와 관련한 당내 여러 의견을 들으며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이 의원의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가장 큰 요인은 역시 친문·범친문계 의원들이 제기하는 선거 패배 책임론이다.

민주당 초·재선 의원 11명이 14일 개최한 ‘대선·지선 평가 토론회’에서도 ‘이재명 책임론’이 대두됐다.

발제자로 나선 정치평론가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대선 패배에 책임이 큰 송영길(전 민주당 대표)과 이재명 (대선 후보)의 (지방선거 및 보궐선거) 출마로 지방선거에서 명분을 잃고, 수세를 자초했다”며 “이 의원은 당과 본인을 위해서라도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의 최측근 모임인 ‘7인회’ 소속 한 의원도 “최근 응답자 절반 이상이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여론조사까지 나와 이 의원의 고민이 더욱 커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평소 이 의원은 사석에서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정치인을 망친다’고 말해왔다”며 “이 의원은 지금 당원과 동료 의원이 정말로 자신을 당 대표로 원하는지 살피고 있다”고 전했다.

7인회를 포함한 이 의원 측근 그룹 대부분은 이 의원이 당권에 도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선거 연패 후 벼랑 끝에 있는 민주당을 쇄신할 적임자가 당내 유일한 대권주자인 이 의원뿐이라는 이유다.

이 의원과 가까운 한 의원은 “이 의원의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는 나도 말렸다”면서 “그러나 일단 원내에 들어온 이상 직접 당내 기반을 닦아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측근 그룹 내 신중한 입장도 있다.

이 의원 측 핵심 관계자는 “이번에 새로 뽑힐 당 대표는 당의 쇄신과 변화를 이끌어야 할 책임이 가장 큰데,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네거티브 공방이 격하게 벌어지다 보니 이 의원 이미지가 많이 훼손된 것이 현실 아니냐”면서 “당 대표가 되는 것보다, 당 대표가 되면 잘 할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국회 입성에 대해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비판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이 의원이 당의 혁신을 이끌만한 동력이 현재로선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다.

7인회 소속 다른 의원도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친문을 중심으로 반발이 계속될 것”이라며 “내부 갈등을 조정하느라 당의 쇄신이나 대여·대정부 견제에 주력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