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화물연대의 파업이 길어지면서 불 꺼진 공장이 속출하고 있다. 산업계 전체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분다. 이번 주가 한계점이라는 탄식이 나온다.
석유화학업계는 15일 밤을 마지노선으로 여긴다. 이 시간을 넘기면 석유화학 업계의 핵심 시설이라고 할 수 있는 나프타분해시설(NCC)의 가동을 멈추는 곳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본다. 시멘트 업계에서도 주요 생산시설인 ‘킬른’(소성로)이 이번 주말이면 절반 넘게 가동 중단된다고 예상한다.
김평중 한국석유화학협회 본부장은 14일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중단 촉구’ 간담회에 참석해 “현재 한국에서 NCC를 운영하는 업체는 8곳이다. 이 가운데 한두 곳은 이르면 15일 밤을 마지노선으로 가동을 중단해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NCC는 나프타를 분해해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인 에틸렌, 프로필렌 등을 만드는 설비다. 철강업의 고로(용광로)에 비유되는 산업 근간시설이다. 김 본부장은 “NCC 한 개가 멈추면 하루 평균 3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손실을 1조6000억원(12일 기준)으로 추산했다. 산업 현장에서는 이보다 더 크게 추정한다. 한국철강협회에서 5개 철강사를 조사한 결과, 이번 파업으로 1조150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정부 발표(6975억원)와 다르다. 홍정의 한국철강협회 실장은 “중견·중소 철강사, 재가공 납품사까지 감안하면 피해 규모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 역시 정부에선 피해 규모를 5000억원으로 파악했지만, 현장에선 2조원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김 본부장은 “주요 생산시설의 가동 중단으로 피해가 2·3차 협력사, 고객사로 번질 것이 자명하다. 수출 약속을 어기고 잃게 될 외국 고객까지 감안하면 그 피해 규모는 천문학적”이라고 전했다.
시멘트 업계의 손실도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 13일 기준으로 손실액은 912억원을 찍었다. 현재 운영 중인 45기 킬른 가운데 2개가 멈춰섰다. 파업이 이어지면, 이번 주말에 절반 이상이 가동을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부품업계에선 줄도산 우려까지 제기된다. 윤경선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실장은 “현재 일부 업체에 한정된 생산 차질이 확산하면 부품 업계 줄도산도 불가피하다”고 했다.
한국무역협회 화주협의회는 파업 철회와 업무 복귀를 강력 촉구했다. 이관섭 무역협회 부회장은 “물류는 우리 경제의 혈관과 같다. 대화의 장으로 돌아와 합리적 방안을 찾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14일 현재 화물연대 전체 조합원의 31% 수준인 6800명이 14개 지역에서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집계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경기도 의왕의 내륙물류기지(ICD)를 방문해 “국가경제를 볼모로 삼아 일방적 관철을 요구하면 중대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어 “공감과 인내의 한계치에 거의 도달해 있다. 나만 살자, 국민은 죽어도 상관없다는 식의 집단행동은 단호하게 끊어야 될 때”라고 덧붙였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