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기대고 있는 자동차 부품… 의존도 급증, 공급망 넓혀야

입력 2022-06-14 16:56

한국이 수입하는 자동차 부품에서 중국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전기차 부품은 거의 중국에만 의존하는 상황이다. 중국발 부품 수급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4일 자동차산업연합회에 따르면 한국이 수입하는 자동차 부품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1.8%에서 지난해 34.9%로 증가했다. 일본에 의존했던 과거와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일본의 비중은 2000년 45.5%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었지만 지난해 11.6%로 줄었다.


특히 전기차 핵심 부품의 중국 의존도는 우려스러울 정도다. 이차전지의 필수 소재인 음극재는 83%를 중국에서 들여온다. 음극재와 함께 배터리의 4대 소재인 양극재·전해액·분리막도 60% 이상이 중국산이다. 원자재도 비슷한 상황이다. 흑연 100%, 망간 93%, 코발트 82%, 니켈 65%, 리튬 59% 등을 중국에서 수입한다.

중요 소재의 조달을 한 국가에 의존하면 외부변수로 인해 부품 수급에 비상이 걸릴 수 있다. 중국에서 단 한 종류의 부품·소재 공급만 차질을 빚어도 국내 생산 라인이 멈춰설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4월 중국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봉쇄 조치를 취하면서 중국에서 공급하던 ‘에어백 컨트롤 유닛’ 부품 공급이 끊겨 광주글로벌모터스(GGM)의 캐스퍼 생산라인이 멈췄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핵심부품인 와이어링 하네스(차량 내 전자부품 등을 이어주는 전선 다발)를 조달하지 못해 K8, 모하비, 쏘렌토, 레이, 스포티지, 펠리세이드, 아반떼, 포터 등 주요 차종의 생산을 줄였다. 2020년에도 중국의 봉쇄 정책으로 인해 수급난을 겪었는데 그땐 아예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중국 일변도의 생산기지를 동남아 등으로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나오지만 실제로 기존 설비를 다른 국가로 이전하는 기업은 적었다.

중국에 대한 원자재 수급 의존 문제는 비단 한국만 겪는 건 아니다. 전 세계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3.9%에서 지난해 15.3%로 증가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유럽자동차협회는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달 12일 정례협의를 열고 전기차 부품 공급망 확보에 공동대응하기로 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자동차산업연합회가 개최한 자동차산업발전포럼에서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는 더 중요한 이슈가 됐다. 공급망 관련 모니터링 기능을 강화하고 글로벌 공급망 동맹 등을 통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