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원 받아도 잘사먹네”…‘참이슬대란’ 맞는 사장님들

입력 2022-06-14 15:28 수정 2022-06-14 15:56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물연대본부의 총파업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전국 곳곳의 식당에 주류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다. 영업에 지장을 우려한 일부 자영업자들은 소줏값을 인상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4일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요즘 술값 얼마씩 받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경기도에서 식당을 운영 중이라고 밝힌 글 작성자 A씨는 “소주와 맥주를 5000원씩 받고 있는데 비싼 건가요”라고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의견을 물었다.

이에 다른 자영업자들은 “5000원 받는다. 앞으로 더 오를 수 있어서 일단 1000원씩 더 올렸다” “소줏값을 5000원으로 올려도 (손님들은) 말이 없다. 술 먹을 사람은 올라도 다 시켜먹는다. 올리기를 잘했다” “(가격이) 올랐어도 먹는 입장에서 술은 안 아깝다” “올랐어도 그냥 그런가보다 한다. 안 오르는 게 없는 세상이다 보니”라는 댓글을 작성했다.

다른 이들도 “(소줏값을) 4000원 받다 5000원으로 올렸는데 올랐다고 말하는 손님은 아직까지 없다” “손님들이 비싸다고 안 한다”고 덧붙였다.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게시글 캡처

이에 작성자 A씨는 “동네에서 비싸게 받는다고 쑥덕거릴까봐 (걱정했다)”라며 “괜한 생각인 것 같네요^^. 그냥 계속 5000원 가야겠어요”라고 답했다.

화물연대의 파업 영향으로 주류대란은 현실화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의 주류 출고량은 평소 출고량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화물차주들의 공장 진입로 점거 등의 여파로 제품 출고 차량의 진·출입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다. 주류 도매업자들의 재고 물량이 소진되면 전국적으로 맥주와 소주 공급 부족이 심각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자영업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주류회사에서 ‘참이슬이 부족해 다른 상품으로 대체해야 할 것 같다’고 문자가 왔다” “최근 장사가 피크인데 주류회사에서 파업으로 진로와 참이슬을 가져다줄 수 없다고 한다” “참이슬 테라 진로 물량이 없다” “서울말고 지방은 카스 공급이 당분간 안 된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한 지난 7일 경기 이천시 하이트진로 공장에서 제품을 유통받지 못한 주류 도매상들이 직접 차량에 제품을 싣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화물연대는 전날 “국토교통부가 이번 사태를 해결할 의지가 없고 국민의 힘은 집권 여당으로 책임질 의지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화물연대는 앞으로 총파업 강도를 높여나갈 것으로 보여 수도권 음식점들에서 특정 주류 제품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합은 성명을 내고 화물연대 측에 총파업을 즉시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화물연대 파업으로 서민 경제와 중소 상공인 전반의 삶에 필요한 모든 부분이 한순간에 망가지고 있다”며 “국민 생활과 중소 상공인 삶을 나락으로 몰지 않도록 화물연대는 파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