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찍었다고 하면 관객들이 ‘올드보이’와 한 장면이라도 비슷하게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하신다. 이번에는 액션보단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방식, 조명이나 톤에 있어서 어두운 분위기를 참고했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비완 케노비’에 참여한 정정훈 촬영감독이 14일 국내 언론과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작품은 스타워즈 시리즈 속 전설의 캐릭터 오비완 케노비의 솔로 시리즈다. 총 6개 에피소드로 지난 8일 1,2회가 공개됐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박쥐’ ‘신세계’ ‘스토커’를 촬영한 정 감독은 할리우드에 진출에 주목받고 있다. ‘좀비랜드: 더블 탭’ ‘라스트 나잇 인 소호’ ‘언차티드’ 등의 작품에 참여했고, 올초엔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프리퀄 영화로 티모시 샬라메가 주연을 맡은 ‘웡카’ 촬영을 마쳤다.
정 감독에게 SF 장르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스타워즈는 영화를 공부한 사람에겐 교과서같은 작품이기에 제안 받았을 때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나섰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지금까지 찍지 않았던 장르여서 흥분되고 긴장됐다”며 “예전엔 공부하는 자세로 스타워즈를 봤지만 이번 촬영을 계기로 영화의 세계관 등에 대해 새로 눈뜨게 됐다”고 돌이켰다.
익숙치 않은 장르이다보니 고민도 많았다. 정 감독은 “두터운 팬층이 있는 작품이기에 벗어나면 안되는 룰 아닌 룰이 있었다”며 “저는 사실 비주얼보다 이야기를 중시하는 촬영감독이어서 기술의 방해를 받지 않고 드라마에 집중할 수 있는 요소를 어떻게 만들지가 큰 숙제였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정 감독이 촬영한 ‘오비완 케노비’는 어떻게 감상하면 좋을까. 그는 “스타워즈에는 방대한 캐릭터, 우주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이 등장한다. 그러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틀에 갇혀서 작품을 보게 된다”며 “오비완이란 인물을 중점적으로 보다 보면 왜 그렇게 찍었는지 보너스로 알게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할리우드의 작업 환경은 국내와 다르다. 정 감독은 “아무래도 국내와는 스케일 차이가 있고, 다양성이 있다”며 “크고 작은 작업들 중에 고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여기서는 나이와 상관없이 오랫동안 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년이 있는 직종은 아니지만 국내에서는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많은 작품을 함께 한 박찬욱 감독과는 평소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다. 정 감독은 “‘헤어질 결심’은 같이 하고 싶었는데 할 수 없는 상황들이 있었다. 그래도 김지용 촬영감독이 참여했기 때문에 좋은 작품이 나올 거란 믿음이 있었다”며 “박 감독이 칸에 가기 전에도, 칸에 가서도 통화하고 문자를 주고받았다. 수상을 축하하며 함께 기뻐했다. 다음에 좋은 작품을 같이 할 기회가 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