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질 낮은 치약·허리띠에 격노…“인민 속이는 행위”

입력 2022-06-14 11:14
북한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8~10일 진행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 간부들 앞에서 자체 생산된 생필품의 조악한 품질에 대해 언성을 높인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4일 지난 8~10일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를 정리하는 기사 ‘인민을 어떻게 받들어야 하는가를 다시금 새겨준 의의 깊은 회의’를 통해 후일담을 소개했다.

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회의 당일 간부들이 가져온 혁대, 치약 등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들을 들고 나왔다. 회의에 앞서 김 위원장은 당 중앙위원회 간부들에게 “지금 주민들이 쓰고 있는 소비품들을 그대로 사 오라”고 지시했다.

김 위원장은 참석자들에게 제품 하나를 들어 보여주며 “소비품의 질이 어떠하든 생산량에만 치중하는 것은 인민들에 대한 그릇된 관점과 당 정책 집행에 대한 요령주의적 태도로서 당과 인민을 속이는 행위”라고 질책했다.

신문은 “혹독한 시련 속에 그런 소비품이라도 보장되면 다행이라고 여긴 일꾼들은 없었던가”라며 제품의 품질이 상당히 좋지 않았음을 전했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격해 했고” 참석자들이 “고개를 숙이고 자책감에 휩싸였다”며 당시 회의장의 분위기를 전달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앞에 나선 경제 과업을 가운데서 급선무는 농사와 소비품 생산”이라며 “‘선질후량’ 원칙에서 인민들이 경공업의 덕을 입을 수 있도록 소비품 생산에 박차를 가하라”고 지시했다.

김 위원장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김덕훈 내각 총리는 평양 시내 경공업 및 상업 부문 여러 곳을 돌며 점검에 나섰다.

소비품 품질에 대한 김 위원장의 질책은 최근 북한의 기강 단속 분위기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코로나 사태로 민생고에 허덕이는 민심을 다독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