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와 초등학생을 키우는 부모들은 육아를 부부가 함께해야 한다는 의식은 높지만 양육의 대부분은 아내가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정책연구소가 14일 내놓은 ‘가정에서의 육아문화 진단 및 긍정적 육아문화 조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전국 영유아·초등부모 122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녀양육 전체를 100으로 볼 때 주중의 자녀양육 분담 정도는 아내 70.9%, 남편 29.1%로 나타났다.
주말에는 아내 57.8%, 남편 42.2%로 남편의 분담 비율이 높아졌으나 여전히 여성의 육아 부담이 컸다.
설문조사 응답자는 맞벌이가정 52.3%, 맞벌이가 아닌 가정이 47.7%로 비슷한 비율이었다.
아내들은 남편의 육아 분담 비율이 평균 24.1%라고 응답했지만, 남편들이 스스로 평가한 비율은 34.0%로 더 높아 10%포인트 가량 인식 차이를 보였다.
육아 관련 교육이나 활동 참여도에 관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언어발달, 자녀와의 관계 등 육아관련 상담’(38.3%)이나 ‘육아 관련 돌봄이나 교육’(23.8%) 참여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육 활동별 남편의 참여도(5점 만점)를 보면 자녀와의 놀이(4.0) 참여도가 가장 높았다. 식사준비·빨래·청소 등 돌봄을 위한 가사활동(3.5), 학습지원(3.3), 등하원(3.0) 등이었다.
반면 부부간 역할 인식과 관련된 조사에서는 대체로 부부간 성평등 인식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아내와 남편은 집안의 모든 일에서 똑같은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는 설문 문항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5점 만점에 4.1점으로 높았다. 또 ‘가사일과 육아에는 남자가 할 일과 여자가 할 일이 따로 있다’는 문항에는 2.2점으로 낮은 동의를 보였다.
그에 반해 ‘우리 집은 부부가 공평하게 양육을 한다’(3.3점)에 대해서는 가장 낮은 동의를 보였다. 인식은 높으나 실제 실천은 그에 미치지 못함이 드러났다.
긍정적인 육아문화를 만들기 어려운 이유를 묻는 문항에서는 ‘부부·가족간 양육에 대한 철학 및 양육태도가 달라서’(30.1%)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긍정적 육아문화 변화를 위해서는 ‘자녀 양육을 위한 시간 확보’를 가장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일・가정 양립 지원제도(육아휴직제, 유연 근무제 등) 사용 보편화’, ‘정시퇴근 등을 통해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을 확보’에의 요구가 높았다.
연구진은 “성평등한 인식이 실현 가능한 제도적 지원, 일・가정양립지원제도 활용성 증진, 아버지교육을 포함하는 양육역량 강화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전했다.
황서량 인턴기자